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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의 난

WiredHusky 2024. 12. 22. 10:39

이융기는 젊은 시절 꽤 배포가 있었다. 좋게 봐줘도 황위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연이 멀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그가 역사의 무대로 오르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능한 위 황후와 안락공주 때문이었다. 본디 큰 권력이 사라지고 나면 그 공백의 크기를 메우기가 쉬운 게 아니다. 천하에 인재가 아무리 많아도 무측천에 비할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였을텐데 하물며 그 좁디좁은 황가의 인력풀에서는 오죽했겠는가. 그래서 이 여황의 자리는 덕도 능력도 없는 자들의 수중에 떨어졌다.

 

위 황후는 무측천을 밀어내고 황위에 오른 중종의 아내였고 안락공주는 그녀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생각했다. 나라고 왜 여황이 될 수 없겠는가? 선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준다. 이 꿈은 특히 무능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더 크게 자란다. 중종이 천명을 다하는 것조차 기다릴 수 없었던 두 여인은 그를 독살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는 이후에 벌어진 사태가 정확히 알려준다. 이융기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조정에 들어와 위황후 세력을 모조리 처형한다. 그가 옹립한 황제는 자신의 아버지 이단이었다. 이단은 당나라의 5대 황제 예종이 된다. 이융기는 스스로 태자의 자리에 올랐다.

 

예종 이단은 무측천의 넷째 아들이자 중종 이현의 동생이었고 이융기는 그 이단의 셋째에 불과한 남자였다. 뒷배가 없을 리 없었다. 그 든든한 지지자의 역할은 무측천의 막내딸 태평공주가 맡았다. 그런데 태평공주는 왜 이들 부자를 도와주었던 걸까? 당연히 스스로 여황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태평공주는 이융기를 너무 얕잡아 봤거나 자신을 어머니와 동일시할 정도로 과대평가했던 게 분명하다. 승자는 이융기였다. 그가 바로 당나라의 6대 황제 현종이다.

 

 

현종의 정치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죽하면 그를 태종 이세민에 비교했을까? 태종이 연 정관의 치는 당나라의 전성기였고 현종이 연 개원의 치는 당나라의 부흥기였다. 천하를 무씨의 손에서 다시 이 씨의 것으로 찾아왔고 무능한 황족과 그에 들러붙은 간신들을 뿌리 뽑았기 때문이다. 이랬던 현종도 말년에 가서는 총명함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는 너무 오랫동안 황위에 앉아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당 나라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재위한 황제였다. 정치에 흥이 다 식은 노인은 천하의 일은 재상에게 맡기고 자신은 사랑하는 여인과 온천욕을 즐기는 데 열정을 쏟았다. 여인의 이름은 귀비 양옥환. 일명 양귀비였다.

 

찬란했던 제국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돌아올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안사의 난이 시작이었고, 환관의 전횡이 보탰으며, 황소의 난이 마지막 장을 열어 오랑캐가 종지부를 찍었다. 안사의 난 이후로 중앙 정부와 변방의 군대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들은 대부분 오랑캐의 후손이었고 번장이라 불렸다. 안사의 난을 일으킨 안녹산은 소그드인, 제국의 수호자 고선지는 고구려인이었다. 번장이 있는 지역은 점점 번진이 되었고 당나라 황제는 명의만 가진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황제는 끊임없는 난을 평정하기 위해 또다시 번장, 혹은 오랑캐의 힘을 빌렸다. 악순환의 소용돌이였고,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었다.

 

황소의 난은 돌궐 일파인 사타족 이극용의 갈까마귀 부대에 진압된다. 황소를 배반하고 관군에 붙었던 주전충은 이후 실력을 키워 번진을 세운 뒤 마침내 당나라를 멸하여 오대십국이 시작된다. 아! 페르시아인과 소그드인과 고구려인과 선비족과 돌궐이 사이좋게 장안에 모여 정치에 참여하고 장사를 하고, 없는 것이 없다는 서시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술잔을 기울이던 인터내셔널 대제국 당나라는, 그 위세와 위용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허망하게 무너져 사라졌다. 오랑캐(선비족)가 세운 나라가 오랑캐(돌궐)에게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오랑캐,

 

이극용과 주전충이 붙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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