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Xsociety

인간, 생명 그리고 우주에대한 인터뷰 모음집 -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본문

인간, 생명 그리고 우주에대한 인터뷰 모음집 -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WiredHusky 2012. 4. 1. 18:06




당신이 뭔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가장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뷰일 것이다. 말과 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글은 어렵고 수사적이다. 말은 쉽고 직접적이다. 물론 글은 아주 탄탄하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는 작가가 아닌 이상 글은 매우 구조적이고 안정적이다. 반면 헛소리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은 체계적으로 뱉기가 어렵다. 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둥근 공 같다. 하다보면 어느새 삼천포, 도대체 무슨 얘길 하다 여기까지 온거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게 바로 말이다. 그리고 인터뷰는 '말' 이다.

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말은 헛소리가 될 수 있다. 인터뷰는 말이다. 고로 인터뷰는 헛소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인터뷰를 책으로 엮을 때 말한 것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법은 없다. 거기엔 편집의 마술이 숨어 있다. 두서 없는 말은 자르고 잘못된 문법은 바로 잡는다. 그러니까 인터뷰는 말이 찾아 놓은 반석 위에 구조를 더하는 것, 즉 말과 글의 하모니인 것이다.



과학자처럼 사고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학이나 생물학이나 화학이나 물리학 기타 등등 여러 과학들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내 보기에 모든 과학은 근본적으로 같다. 무언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증명하고 검증하고 반증하고 기타 등등! 이 모든 일들이 과학적 탐구라는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모든 과학은 근본적으로 같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느냐, 다른건 현상일 뿐이다.

자 그럼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이 나온 이유는 뭘까? 이 책은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과학자가 될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책일까?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은 교양서로 포지셔닝 할 것이다. 교양이다. 이른바 Liberal Arts! 그렇다면 이 책은 과학적 사고의 보편성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살펴보자. 우리의 주변엔 얼마나 많은 의문이 잠자고 있는가. 살아간다는 건 이 질문들에 하나 하나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으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마치 실험실 속의 과학자처럼 말이다. 원리는 이렇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철학서인건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37명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일과 일터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37명의 과학자 중에는 제인 구달(침팬지 아줌마),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대니얼 길버트('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의 저자)처럼 유명한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 린 마굴리스, 에두아르도 푼셋을 비롯해 유진 처드노프스키, 니콜라스 가르시아처럼 생소한 이름이 더 많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 결과가 네임 밸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생소한 과학자의 연구 결과는 그 이름만큼 생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한 신기하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신경학자 새폴스키가 언급한 기생충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과연 전략적 사고와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만의 능력인지,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함을 인정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된다. 

이 기생충은 번식을 위해 고양이의 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운명인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쥐를 중간 통로로 활용한다. 이 놈은 우선 쥐의 몸 속에 들어간 뒤 그 뉴런이 작용하는 과정을 방해해 '쥐가 고양이에 대한 시각적 공포를 잃어 버리게' 만든다. 이 다음 과정은 정신나간 쥐가 섹시한 고양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다 그녀와 영원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의 내부에 침입한 기생충은 그 안에서 행복하게 번식을 한다. 



과학자들은 인간 이외의 생물 연구를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개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과정에서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볼품없고 열등한 존재인지 깨닫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저 혼자만 세상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 오만한 미소를 띄는 과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이란 정교하게 돌아가는 생명의 시계 속에 자그마한 톱니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 들인다.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같이.

37명의 과학자들을 쭉 보면서 느낀 또 하나의 감탄은 그들의 다학제적 배경과 연구다. 앞에서 말한 새폴스키는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신경학 교수지만 그는 하버드에서 인류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생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책에선 사회학의 향기가 난다. 역시 독창적인 연구 결과는 서로 다른 학문간의 연계를 통해서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 서로 전혀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바로 그것을 찾아내는 순간 더 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연구 성과. 이 책의 감수자가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