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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강신주 - 철학 vs 철학 본문

믿고 보는 강신주 - 철학 vs 철학

WiredHusky 2012. 4. 28. 19:43




앞으로 강신주의 책은 따지지 않고 다 보기로 했다. 미학에 진중권이 있고 경제학에 장하준이 있다면 철학엔 강신주다. 그렇게 정했다. 이유를 묻지 마라. 철학은 강신주다.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단 철학 vs 철학은 온 지구의 철학을 전부 쏟아 부을 기세로 독자를 압도한다. 제목에도 vs, 대결이다. 주제 하나에 적어도 두명 혹은 그 이상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책의 두께는 전설적인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훌쩍 넘겨 버린다. 쪽수는 928.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의 부피는 그 안에 담긴 사상의 무게와 질에 비례한다. 철학 vs 철학은 정말로 세상 모든 철학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날리는 강신주의 초강력 훅이다. 



책을 보는 내내 출판사 그린비가 원망스러웠다. 이런 책은 5권 정도로 분권할 수도 있지 않나.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서양편과 동양편으로만 나눌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린비는 확실히 동서양 철학의 바이블을 만들고 싶어한것 같다. 오로지 한 권. 그 야심만만한 기획에 우선 한 방 맞고 들어간다. 

다음은 내용. 강신주에 반한 이유는 그가 아주 쉬운 철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었던가? 그 천재 물리학자는 '무언가를 어렵게 설명하는 건 그가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정확치는 않지만 대충 이런 의미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강신주는 철학의 대가다.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 그러나 그 쉽지 않은 무게에 머뭇 거리던 사람, 그런 사람에게 철학 vs 철학은 아주 편안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928페이지의 부담을 이겨낼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 말이다. 

내용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반은 서양 또 반은 동양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서양의 것을 우리것 보다 앞에 두기 시작했지? 지금 당장 나가서 서점을 둘러 보라. 서양 철학은 넘쳐나지만 동양의 것은 쓰는 이도 찾는 이도 드물다. 이에 대한 반발로 한 때 공자니 맹자니 고대 중국 사상이 뜨기도 했지만 대개는 경영과 결합된 상업주의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천박하긴! 철학은 철학으로 남겨 두어라! 철학 vs 철학은 공평하게 책의 반을 동양 철학에 할애한다. 강신주 본인의 전공도 도가다. 그래서인지 동양 철학에 대한 애정이 넘쳐 흐른다. 잊혀진 우리 것을 기필코 제자리로 돌려 놓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뿐만 아니다. 동양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우리 자신 조차 중국 사상의 아류로 생각해 왔던 한국과 일본의 철학까지 소개한다. 비록 그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고 또 확실하다.

내용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 각 28개 씩 56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철학적 쟁점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기 때문에 그것들의 역사, 즉 철학사까지 포괄하고 있다. 사실 사상의 진보란 앞선 시간의 축적이 포화됐을 때 터져 나오는 빅뱅의 순간 아니던가. 모든 뒤에 것들은 앞선 것에 대한 반발과 저항으로 시작돼지만 사실 그 앞선 것이 없다면 뒤에 것의 저항 또한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까 모든 낡은 것들은 혁명의 어머니. 우리가 항상 새로운 것만 찾고, 새로운 것만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언젠간 기필코 시대착오적이 되고 만다. 역사는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이말은 우리가 겸허해지기 위해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이 정말 철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가? 불행하지만 아니다. 그 누구도 한 권의 책으로 철학 모두를 담을 수는 없다.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너무 오만한거다. 이 책의 임무는 무지한 당신과 나를 철학의 샘, 그 무궁한 지혜의 우물로 인도하는 것이다. 철학 vs 철학은 철학의 샘으로 가는 기나긴 사막, 그 구도에 동행한 한 병의 물이다. 물이 적다고 욕하지 마라 당신은 이 물에 구원받아 비로소 샘에 도달했으니, 이것을 얼마나 먹고 마실지는 모두 우리에게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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