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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Who? (1) 본문
일본의 소설가라고 하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본다면 약간 멀게는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나쓰메 소세키가 있을 것이고 그 보다 가깝게는 '인간 실격'의 다자이 오사무가 있겠습니다.
더더욱 가깝게는 요시모토 바나나 라던지 기타 등등 그런 저런 소설가가 있겠지만 이 사람들은 너무 트렌디해 밤하늘의 별처럼 명멸하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합시다. 하지만 여기 애매하게 끼인 작가가 한 사람 있습니다. 90년대 내내 트렌디한 소설로 대중을 열광시키다 돌연 작가로 전향.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이후 가장 기대되는 노벨상 후보.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노르웨이의 숲'의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노르웨이의 숲'이 나왔을 때 하루키의 신드롬은 대단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설국'은 몰랐지만 일본 청춘 남녀의 연애 소설 '상실의 시대'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당시에 라디오를 도배하던 '상실의 시대' 광고 탓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때 출판계는 진정 '상실의 도가니'였습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 중에는 '상실의 시대'를 보고 하루키를 숭배하게 된 자가 적지 않았고 심지어 소설가가 되겠다며 젊음을 투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부 직장인이 되었지만 어쨌든 그 당시 젊은이들에게 끼친 '하루키'의 영향력은 막대 했습니다. 마치 Radio head의 Creep이 영국 청년들의 감수성을 폭발시켜 준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Radio head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Radio head는 Creep으로 울트라 빅 히트를 쳤으나 4집 Kid A로 돌연 예술가가 됩니다. 하루키는 어떤가요 '상실의 시대'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상실의 이미지를 멜랑콜리한 상징들로 포장하더니 급기야 '해변의 카프카'로 작가 선언을 해버립니다.
해변의카프카
카테고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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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에 대해 좀 더 말해 볼까요?
이 책의 처음 50페이지는 실로 대작가를 지향하는 이 소설가의 힘찬 의지가 느껴지는 듯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KFC의 샌더스 대령이 등장하고 부터 솔직히 저는 길을 잃었습니다. 길을 잃은 항해는 위태위태 끝모를 안개 속을 헤쳐가고 있었는데 그만 모자간의 근친상간이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맙니다.
표류 끝에 가까스로 육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마법과 환상이 판을 치는 판타지 세계가 펼쳐져 있더군요. 이러다가 주인공이 '절대 반지를 가지고 있으니 사우론의 화산으로 동행하지 않겠나?'라고 물어보는건 아닐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이 책은 확실히 '해변의 카프카' 보다는 '해리포터와 아주까만여죄수'가 더 어울릴 법한 이상 야릇한 소설이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해변의 카프카를 만나고나서 하루키를 버렸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그는 예술가가 됐고 신화가 됐으며 매우 열성적인 팬들을 거느리게 됐습니다. 저는 그때 근친상간과 판타지로 흥한 작품이 그리스의 냄새나는 이야기 '오이디푸스'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해리포터의 근친상간으로는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이코,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닙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어쩐지 심기가 뒤틀리고 반항심을 갖게 되는 변태적 감성의 소유자인지라
뭐랄까, 하루키만 쳐주는 세상이 야속하달까?
어쩐지 이런 생각이 들자 구구절절 하루키를 씹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결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었습니다. 세상은 또 한명의 '무라카미'를 완전히 잊은 듯 보입니다만 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을 뼈에 새기고 가슴으로 읽었으니까요. 이 사람이 저에게 끼친 영향은 하루키와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눈치 채셨습니까? 오늘의 주인공은
무라카미 '류' 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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