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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이면우 시집 본문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가끔 시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시나 소설이나 결국 자기가 삼킨 경험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 왜 어떤 사람은 노래를 부르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까. 나에겐 그 둘이 너무나 달라 보여 애초에 만드는 사람이 달리 구분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제목을 본 순간 이것이 나에게 속한 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낯설음에, 마치 홀리듯이 끌려 나는 이 시집을 집어 들었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이 없는 세계는 과연 어떤 소리를 낼까? 나는 귀를 열고 처음으로, 나에게 속하지 않은 글을 유심히 들어본다.
시로 생활하지 않는 시인
1951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면우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농군이었고, 보일러 수리공이었다. 그는 1,800원짜리 점심을 사먹는 노동자이자 연봉 1,380만원 짜리 가장이었다. 그는 시로 생활하지 않았다. 아니 생활하지 못했다. 그래서인가?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내는 시인, 그가 잉태한 시는 읽는 이의 고달픈 삶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애초에 동일한 곳에서 나왔다는 듯 자연스럽게, 비로소 온전한 땅을 찾은 씨앗처럼 안도하며 내려앉아 꼼지락 꼼지락 뿌리를 내린다.
씨앗이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면 나도 시인처럼 풍성하고 고요한 시를 노래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무리일 것이다. 내 안에 돋은 싹은 결국 세상의 먼지로 새카만 더께가 쌓여 누렇게 말라 죽을 것이다. 고요를 수확하기엔 내 속에 담긴 분노가 너무 뜨겁다. 용암이 들끓는 화산처럼 나는 쉽게 분노하고, 비처럼 떨어진 까만 먼지가 고요한 시인의 유산을 흔적도 없이 덮어버릴 것이다.
연봉 1,380만원 짜리 가장이 아무런 독도 품지 않고 이렇듯 고요한 시를 써낼 수 있는 건 기적이다. 시인은 어떻게 분노를 참는 방법을 배웠을까. 사는 데에는 분노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을지 모른다. 아니면 이미 상처가 두툼한 딱쟁이로 내려 앉아 어지간한 일들을 무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단련이 된 것일지도.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육십이 넘은 가장의 삶에 왜 슬픔이 없으랴. 또 슬픔이 없는 인간이 어떻게 시를 쓸 수 있으랴. 진땀 나는 하루를 헤쳐나가야 하는 가장의 책임 앞에서, 시인의 ‘땀 식은 등은 아프도록 시린 법’(p. 10)이다.
그가 나지막이 노래할 수 있는 이유는 세월에 거르고 거른 분노가 맑은 슬픔의 정수, 그 한 방울이 되어 가슴 깊숙한 곳에 내려 앉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센 태풍도 아무리 높은 파도도 이토록 깊이 담긴 슬픔을 흔들 수는 없다. 시로 생활하지 못하는 시인의 슬픈 노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또 깊어서, 그래서 고요하다.
슬픈 세월을 지새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면우의 시는 치료제다. 꾸역꾸역 삼킨 슬픔이 독이 될 때는, 그런 슬픔을 삼킨 사람이 이 세상에 나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다. 사람은 결코 괴로워서 울지 않는다. 외로워서 우는 것이다. 살다 보면 맞부딪혀오는 삶에 튕겨져 나가 다리 하나를 절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 한 켠에 뻥 구멍이 뚫려 바람이 흐를 때마다 쉭쉭 외로운 소리가 날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생각해야 할 건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는 것이다.
삶은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었다. 서로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면, 나와, 바로 당신의 울음 속에서 우리는 위로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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