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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샤바알샤뱌 1968년에는요 - '카스테라'를 지은 박민규가 태어났답니다 본문
샤바샤바알샤바 1968년에는요
그러니까 샤바샤바알샤바 1968년에 올챙이에서 갓 사람으로 변태한 박민규는 36년 간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다가 갑자기 노트북 한대를 들고 삼천포로 간다. 그야말로 인생의 삼천포.
삼천포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손에 쥔 건 역시 소설이었다. 그 소설이 비실비실 기 빠진 모기처럼 한 두번 앵앵대다 싸아~ 창틈을 뚫는 겨울 바람에 뎅강 날개가 끊어져 버렸냐고?
천만에!
이야기는 삼천포에 빠지면 그대로 끝인거다. 줄기를 놓쳤다는거야.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거지. 박민규도 8년 동안 그럭저럭 회사 생활을 해왔어.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가장이 되는 자격을 갖출 수도 있었다는 거지. 그런데 스스로 삼천포로 걸어 들어간다. 자기 인생을 갓길로 내몬 뒤 오히려 내면의 핵심을 건설해 돌아오다니, 보통 아이러니가 아냐. 이런 게 적장의 목을 베러 가는 각오라는 건가? 심각해지지 말자. 그저 될 놈은 된다는 거지.
싫다 싫어 천재의 탄생이라니
이외수 아저씨는 박민규의 출현이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어. 소설가 김영하는 '박민규에게 뭔가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지금껏 우리 문학계에 존재한 적 없었던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져오고 싶다'고 말했어. 나는 박민규가 거짓나부랭이, 쓰레기 같은 잡문들을 한껏 배설한 뒤 모여드는 똥파리들에 의해 숭배되는 사악한 소설가라고, 말하지 않아. 그는 천재야 천재. 정말,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고작 삼천포에 갔다온 것만으로 어떻게 이런 글을 써냈냐고 묻지마라. 나와 당신의 무력이 초라하게 드러날 뿐이니까.
농담. 사실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왔어.
그러면 자, 신에게, 똑같이 문예창작과를 나오고 삼천포에 갔다온 당신이 왜 그와 버금가는 소설을 써낼 수 없는지 따지지마라. 신께서 가라사대,
그는 애초에 그렇게 되도록 태어났느니라.
이렇다니까.
내 길을 가로 막은 거대한 산
쑥쓰럽지만 고백할게. 나는 말이야, 소설가가 되려고 했어. 현실의 고단한 삶을 판타지 형식으로 날카롭게 풍자, 이 한국 문단에 끈적끈적 지워지지않는 흔적을 남기려 했거든. 그런덴 웬걸 박민규가 있네. 그가 1968년생이 아니라 1986년생이었다면 난 깔끔히 자살을 감행했을 것이다. 새파랗게 젊은 청춘이 내 앞길에 고산처럼 버티고 있는 인생을, 도무지 헤쳐갈 용기가 없으니까.
박민규의 소설은 후기자본주의니 신자유주의니 미국의 패권주의, 취업지옥, 아니 때려치고 이 거지같은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가득해. 그런데 같은 비판을 해도 장하준, 케인즈, 마이클 샌델, 김규항 이런 사람들 책은 잘 안 보잖아. 어려우니까. 박민규는 안그래. 뻥안치고, 졸라 재밌어. 그런데 보는 사람들이은 신나겠지만 쓰는 사람은 숨이 턱턱 막혀. 어떻게 이런 걸 쓰지? 박민규 책을 몇 권 더 읽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는 것도 당연. 그러고나면 앞길에 산이 아니라 산맥이 펼쳐질테니까. 아... 그래도 한번,
해보자.
가만히 있는다고 산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뉴턴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 그저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봤을 뿐이라고 했으니, 그럼 어디 한번 나도 올라가 볼까.
빨간 꼬치는 500원 파란 꼬치는 300원이요
카스테라는 박민규의 단편집이다. 총 10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그 소설은 너구리봉봉과 카스테라와 신자유주의와 미국과 마이클 잭슨과 링고 스타, 교황 바오로 2세와 개복치, 우주여행, 세계오리배시민연합, 야쿠르트 아줌마, 외계인, UFO, 대왕오징어, 헐크 호건, 기린, 고시원, 인간, 지구, 별, 하늘, 푸시맨, 고뇌, 웃음, 개탄, 환희, 냉소, 변비를 분쇄기에 넣고 한꺼번에 갈아 정확히 10등분, 뚝뚝 잘라내 반죽한 어육 같아. 박민규는 이걸 꼬챙이에 꽂아 기발한 형식 실험, 아랫배를 쌔하게 찔러오는 설사 신호 같은 날카로운 묘사, 기가막힌 문장으로 우려낸 육수에 담그지. 바야흐로, 빨간 꼬치는 500원 파란 꼬치는 300원입니다.
잠깐 500원짜리 얘길 해볼까?
카스테라라는 소설은 말이야, 전생에 훌리건이었던 소음 심한 냉장고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대학생 얘기야. 사람들은 20세기가 치열한 이념 대립의 전장이었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20세기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부패와의 투쟁에서 승리한 시대'(p. 21)지. 냉장고가 발명됐으니까. 주인공은 자기가 환상적인 냉장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달아. 그리고 세상이란 각자가 '냉장고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일(p.22) 뿐이라는 것도.
솔깃하지? 끝이 아니야.
그래서 주인공은 냉장고에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넣기 시작해. 이를테면 '걸리버 여행기'같은 명작 소설 말이야. 곧이어 그는 이 세상에 해악이 될만한 것들도 냉장고 안에 보관하기로 결심하지. 이를테면 '아버지'라든가 '미국' 같은 것. 거리에선 맥도날드가 사라지고(당연하지, 냉장고 속에 미국이 들어갔으니), 아버지는 자기가 위치한 칸의 온도를 육류에 합당한 영하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데 갑자기,
아니야 관두자 관둬.
아마 이렇게 끝내면 더 궁금해 미치겠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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