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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 신입은 언제나 피곤해 본문
미셸푸코(살림지식총서26)
카테고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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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얇은 책이 유행하는 것은 시험 전날 기출문제를 보는 수험생의 마음. 그래, 그런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도 근거없는 요행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캐치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나 또한 이런 욕망을 이겨내지 못했다. 3,300원, 94페이지의 책을 읽고 난 뒤에는 푸코를 전부 알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두말 안해도 다 아시겠지.
하지만 인상 깊은 사실은 푸코가 말한 '시선의 권력'이라는 것에 대해 뭔가 깨달은게 있다는 것이다. 이 짧은 책에서도.
나는 언제나 조직 사회에 갓 진입한 신입들이 겪는 이유없는 피로감에 대해 궁금해 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신입 사원들 그리고 갓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들은 할 일이라는게 아무것도 없다. 데드라인이 닥친 원고를 마감하는 일도, 2011년 Product Roadmap을 짜는 것도, 대항군에 맞서 봉쇄선을 배치하는 것도 그들의 일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신입사원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관료사회 최대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피로는 극심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줄줄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지 않은가?
그럼 왜일까? 바로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치를 본다는 것은 논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건 그냥 감이다. 그럼 왜 이런 감이 드는걸까? 그건 바로 시선. 그들의 평가자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무의식적인 느낌이 온 신경을 통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I'm Watching You. 진실은 여기에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한 두번 느껴봤을 것이다. 퇴근 시간 이후 모두가 떠나간 사무실에서야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것을. 외근을 나가게 되면 넉넉히 점심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을. 이 모든 것들이 시선으로 부터 해방된 인간의 본성이다.
사장의 자리가 빌딩의 꼭대기 층인 것도 임원들이 독립된 방을 갖는 이유도 이제는 알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시선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딜레마가 있다. 관료 사회의 권력 구조를 살펴 볼까? 여기 사무실에 굴러 들어온 호박을 나누기 위해 구성된 태스크포스 팀이 있다고 가정하자. 팀원들은 공평한 분배를 위해 밤새도록 토론한 결과 몇개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팀장이 반대한다. 그러더니 보완을 한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자신의 의견을 보태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팀의 의사결정으로 간주되고 잠시 후 모든 구성원들에게 전파된다.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은 팀장의 의견을 뒤집을 수 있을까? 절대 없다.
현대 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살펴보면 합리적인 의견이 다수결에 의해 채택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의사결정권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독재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구성원들이 모두 각자의 표(일인당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문제는 팀장이 10,000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팀장 10명을 거느리고 있는 실장은 어떨까? 10,000 X 10 = 100,000 표를 갖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실장은 백만표 이상을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말은 조직 사회에서 하위 구성원들의 권력 총합은 결코 상위 구성원 1인의 권력보다 클 수 없음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료 사회를 피라미드에 비유하지만 실제 권력 분포는 그 반대인 역피라미드 구조인 것이다.
자, 이제 권력자들의 딜레마가 확실해진다. 높이 올라간 사람들은 아래로부터 전달되는 시선으로 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실상은 더 강하고 커다란, 불가항력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시야에 포착되는 것이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셈이랄까?
어쨌든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의 애환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사단장은 군단장한테 까이고 군단장은 군사령관한테 까이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이런걸 느끼라고 쓴 책은 아닐텐데 어머! 난 또다시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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