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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형제_형제의 영화들

WiredHusky 2015. 10. 11. 10:13






이곳을 좀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코맥 매카시에 환장한 사람이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미친놈이다. 코언 형제는 이 소설을 영화화한 감독이다.


원작보다 훌륭한 영화는 없다.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실이 영화 역사상 딱 두 번 틀렸던 적이 있다. 한 번은 <빌리 엘리엇>의 스티븐 달드리가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 소설 <The Hours>를 연출했을 때고 한 번은 저 코언 형제가 <No Country for Old Men>을 만들었을 때다. 적어도 내 경험상 지구상에서 이 형제보다 훌륭한 스릴러를 만드는 감독은 존재하지 않는다.


<블러드 심플>이라는 저예산 영화로(지인들을 통해 제작비를 확보했다) 커리어를 시작한 형제는 황금 종려상을 거머쥐고 박스 오피스 성적으로 전투력을 인정 받은 후에도 여전히 저예산 영화를 만든다. 저예산 이라면 지루한 에술 영화거나 이해할 수 없는 컬트 무비라는 편견을 갖는 사람이라면 오해마시라. 코언 형제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간섭하는 게 두려워 저예산을 택한다. 형제는 적은 돈으로 흥미진진한 영화를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재주꾼이다. 비록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형제는 영화로 대단한 예술을 하려는 미학적 야심이 없다. 주어지는 상은 흥행에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다음 영화의 투자금을 끌어오는데 도움을 줄 때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있다. 이들은 그저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이고 영화가 눈에 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형제의 영화에 끊임없이 예술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이유는 뭔가 할 얘기를 숨긴듯이 보이는 모호한 이미지들이 숏들을 채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이미지들이 숨긴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상징을 읽으려 한다. 그러나 형제의 말에 따르면 이미지 속엔 어떠한 의미도 숨겨져 있지 않다. 이미지는 그저 이미지일 뿐이다. 형제는 그 상황 그 순간에 그 이미지의 등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찍는다. 이미지는 순수하게 이야기의 일부라는 얘기다(<No Country for Old Men>은 예외다. 이 영화는 이미 문학적 상징이 풍부한 원작을 각색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 영화화 했기 때문이다).


물론 형제의 블랙 코미디를 종종 이해하지 못할 수는 있다. 사실 그들은 좀 꼬인 사람들이고 때문에 그들의 유머 또한 스트레이트하지 않다. 형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그 콘서트>류의 유머를 구사하지 않는다. 이 말은 당신이 무표정으로 장면을 넘긴 순간 "아니 이게 안 웃겨?"하며 돌아보는 재수 없는 친구의 얼굴을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모음집 특성상 동일 내용이 되풀이 되는 건 있지만 많지 않다. 형제는 헐리웃에서 인터뷰하기 어려운 감독으로 악명이 높고 자기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글을 읽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할 얘긴 다 해 준다. 알아야 할 건 충분히 담겨 있다. 아쉬운 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대한 내용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유독 이 영화를 찍고 난 뒤엔 인터뷰 혐오증이 극심해져 인터뷰를 하지 않은 건지 단순히 편집자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코언 식으로 하자면 아마도, "닥치고 영화나 보라"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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