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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09 (4)
deadPXsociety
우리나라 역사 교육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역사는 늘 천대받는 종목이다. 아무래도 역사는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훨씬 모호하고 어려운 인문학이 나름 각광을 받으며 명맥을 유지한 이유도 출세에 유용하다는 느낌을 절묘하게 포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뭐가 없다. 역사를 잘 안다는 건, 그저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달달 외우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 얘기를 하는 사람은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꼰대 부장님 뿐이다. 지루에 고루를 더했으니, 무슨 수로 살아남겠는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역사는 이제 종교와 마찬가지로 금기가 되어버렸다. 역사를 그저 사실로 여기는 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
의 저자 존 발리는 휴고상을 3회, 네뷸러상 2회, 로커스상을 10회나 수상한 유명 SF 작가임에도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나도 처음이다. 책 표지가 캐주얼하고 220p밖에 되지 않아 골랐다. 심지어 신인인 줄 알았다. 존 발리 얘기를 좀 더 하면 보수의 왕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지금은 낙후한 러스티 벨트 중 하나이나 당시에는 잘 나갔을 공업주 미시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은 물리학.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영문학으로 전과했으나 그마저도 끝내지 못한 채 친구와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다. 바야흐로 대 히피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자유분방한 태도와 진보적 사고가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자유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탐구하고 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며 복잡한..
이 책은 코로나 시기에 나와 공간의 미래에 대해 얘기한다. 이 대단한 전염병은 우리의 시대를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시대로 바꿔놓았다. 상업 중심지에 불멸의 성전처럼 서 있던 대형 쇼핑몰들은 폐허가 되었고 일 년에 일조씩 적자를 내던 쿠팡은 유통 거물 신세계를 가뿐히 즈려밟았다. 공간이 해체되면서 권력이 재분배된 것이다. 코로나가 몰고 온 재택근무 열풍은 꿈에 그리던 일상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처럼 보였다. 출퇴근이 사라지면 기업은 더 이상 중심가의 노른자땅 위에 서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직주가 얼마나 근접하냐에 따라 수억 원씩 차이가 나는 아파트의 가치도 재평가가 불가피하다. 대도시에 모여있을 필요가 사라진 사람들은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점점이 흩어져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도시는 사라졌는..
은 전형적인 하루키 소설이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는데 등장인물들은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 '환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루키는 단단하게만 보이는 우리 세계가 실제로는 얼마나 놀라운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메타포를 이용하여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예컨대 우리 지구는 초속 30km로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는데 약간의 덜컹거림은커녕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도 받지 못한다. 초속 30km라니. 총알의 속도가 초속 300m니까, 이보다 100배 빠른 공 위에 올라 우주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멈춰 서서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인식의 성긴 그물망을 촘촘히 당겨 당연하게 흘러나가던 것들을 잡아채야 한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이야기로 바꿔낸다. 알쏭달쏭한 메타포를 입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