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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찰리와 폭스트롯 로미오 본문
<탱고 찰리와 폭스트롯 로미오>의 저자 존 발리는 휴고상을 3회, 네뷸러상 2회, 로커스상을 10회나 수상한 유명 SF 작가임에도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나도 처음이다. 책 표지가 캐주얼하고 220p밖에 되지 않아 골랐다. 심지어 신인인 줄 알았다.
존 발리 얘기를 좀 더 하면 보수의 왕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지금은 낙후한 러스티 벨트 중 하나이나 당시에는 잘 나갔을 공업주 미시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은 물리학.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영문학으로 전과했으나 그마저도 끝내지 못한 채 친구와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다. 바야흐로 대 히피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자유분방한 태도와 진보적 사고가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자유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탐구하고 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며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다루는 휴머니스트. 이 책의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잉글리시 쉽독이 수십 마리 등장하고 어린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배경은 건담에서 볼 법한 우주 콜로니 같은 곳인데, 달 궤도를 돌고 있다. 번역이 '바퀴'로 된 탓에 좀 깨긴 하지만 어쨌든 '돈다'는 속성만큼은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니 넘어가주자.
이 바퀴는 몇 년 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그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근처에 다가오는 물체는 모두 레이저로 파괴하기 때문에 접근할 방법이 없고, 원격 조종은 고장 났다.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 들어갈 방법을 찾는다 해도 살아 돌아오는 건 불가하다. 바이러스는, 달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 위를 도는 최첨단 콜로니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문명을 이룬 미래인에게도 여전히 미지의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바퀴가 점점 달의 인력에 끌려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대참사를 피할 수 없다. 달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니까. 달의 행정 기관은 다량의 미사일을 쏟아부어 바퀴를 산산조각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그 안에 어린 소녀 한 명이 생존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존 발리 얘기를 길게 했으니 이 뒤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얼추 그려질 것이다. 막 흥미롭고, 막 짜릿하고,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책은 아니지만 짧은 길이만큼 속도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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