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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본문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시간과 공간이 단순히 개념적 존재가 아니라 물리적 실재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공간은 고무처럼 휘고 팽창할 수 있으며 우리는 저마다 그 고유한 공간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시공간의 비밀을 알게 되면 시계를 거꾸로 돌려 태초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태초의 순간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사실 이러한 질문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문이 여기서 멈춘다면 좋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의 호기심은 마지막 한걸음을 향해 괴로움 움직임을 계속할 거라 믿는다. 그렇다면 '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를 인지할 수 있을까? 마치 저 신화 속 신들이 행했던 것처럼? 경험의 세계에서는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무를 인지한다. 무 자체가 아니라 무와 쌍을 이루는 존재의 부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개념적 존재에 불과했던 시간과 공간이 물리적 실재로 밝혀진 것처럼, 언젠가는 무의 실체가 밝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무라는 현상이 사실은 어떤 입자가 만들어낸 장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 그렇다면 무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무라는 것이 존재하는 공간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시공간을 만드는 무가 있고 그 무가 있는 시공간이 있고, 무가 있는 시공간을 만드는 무가 또 있고...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바로 이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를 우주로 되돌아오게 만드는 이유 같다. 돌고 도는 이 문제의 최종 답을 찾기 위한 여정. 이 세상은 무에서 출발해 아주 단순한 몇 개의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심지어 이 규칙들도 사실은 단 '하나'의 다양한 측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힘 중 하나인 중력은 끊임없이 평형을 향해 가려는 우주의 관성에 저항하며 항성과 행성과 그리고 생명을 낳았다. 모든 힘이 사실 하나라면, 왜 그 힘은 동시에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 걸까. 이 기적과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혹자는 초월적 존재를 끌어오지만 현대 과학은 이것이 누군가의 의지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는 시공간의 역사를 설명한다. 두껍지 않지만 독해는 결코 쉽지 않다. 김영사라는 전설적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번역이 훌륭한 것도 아니다. 각 장은 현상의 해답을 제시할 것처럼 굴다가도 명쾌한 답변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 책은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를 준다. 우리는 무엇인가.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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