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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본문
미키 세븐은 일곱 번째 미키다. 여섯 번을 죽었고 일곱 번 태어났다. 기억은 주기적으로 업로드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키와 미키 사이에 존재의 단절이 일어난다. 미키의 기억을 온전히 다운로드하지 못한 미키를 이전의 미키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를 우리라고 정의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기억, 정신, 몸, 외모, DNA.
이 중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후보는 외모다. 나와 똑같은 일란성쌍둥이가, 아무리 똑같이 생겨도 내가 아니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음은 몸이다. 우리를 구성하는 세포. 그 집합이 곧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자. 하지만 우리가 태어났을 때 갖고 있었던 세포 중 아직까지 존재하는 건 단 한 개도 없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모두 죽었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됐다. 테세우스의 배.
다음 후보는 DNA다. 현대 과학이 밝혀낸 개념 중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가장 오해가 많은, 일명 유전자. 우리는 대개 우리의 DNA를 복제하면 우리와 완전히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DNA는 조건에 따라 정해진 숫자를 내뱉는 주사위 같은 존재다. 나와 똑같은 DNA를 가졌다고 해서 그게 나일 수는 없다. 심지어 둘은 외모마저 다를 수 있다.
남은 건 기억 혹은 정신이라 부르는 의심쩍은 개념이다. 기억이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지를 알고 있다면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이 남는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선조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온 민족이 있다고 그들 모두를 같은 인간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좀 더 개별적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우리의 뇌 자체를 정신으로 간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든다. 우리의 모든 정신 상태는 뇌와 연결된 신경과 그 신경의 활동으로 변형된 뇌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결국에는 그걸 우리 자신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이도 완벽한 결론은 아니다.
미키 세븐의 존재적 고민은 미키 에잇과 공존하면서 극단에 이른다. 미키7과 미키8은 정책상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거나 어쩌면 둘 모두 환원 장치로 들어가 단백질을 반납하고 미키 나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미키7과 미키8은 서로의 존재를 숨기기로 한다. 어차피 생긴 건 똑같으니까, 돌아가며 임무를 맡는다. 미키8은 미키7의 여자친구를 뺏고(?) 미키7은 새로운 여자와 바람이 나는 직전까지 이른다. 미키7은 더 이상 미키8이 아니고 둘 모두를 죽여 나인을 만든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키7>이 이렇게 진지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봉준호가 연출하고 로버트 패티슨이 주연하는 <미키17>은 확실히 무게를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 특유의 뒤틀리고 사악하고, 그러면서 웃기는. 나와 완전히 똑같은 그 존재는 어째서 나를 죽이고 싶어 할까? 이상한 나라의 봉준호는 이상한 나라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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