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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본문
시에는 대단한 다짐도 없고 그저 마음속을 떠돌아다니다 몸속 어딘가에서 딱지가 진, 생이라면 너무 거창하고, 삶이라면 조금 오그라들지만 그렇다고 생활이라고 내버릴 수는 없는,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에 내내 귀를 기울이는" 결과들이 가라앉아 있다.
홀로 어둠을 헤아리는 기분으로 혼잣말이 징검다리처럼 놓인 단어 하나하나를 건너 시인에게 다가간다.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미끄러지고 종종 물에 빠지는 일이다. 걷잡을 수 없이 젖어가는 마음 안에 "그 소리를 들인다". 들였던 소리가 빠져나 갈 때쯤 이제는 눈보라가 몰려와 젖은 마음을 차갑게 얼리는데, 그 빈 마음이 용기를 내어 묻는다.
바다는 잘 있습니까?
약속하지 않은 사람을 행여나 만날까 싶어 하루종일 터미널에 앉아있는 마음을 돌아본다. 시인은 사랑이 많은 걸까, 희망이 많은 걸까, 부질없는 일을 하고 또 했을 때 오히려 깨끗이 비어버리는 마음의 공허가 좋은 걸까? 우연이 주는 벅차오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확률이 낮은 일에 하염없이 매달리는 이유만큼은 끝까지 모를 것 같다. 무엇이 조심스러워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가. 전화를 건 뒤 보고 싶다고, 우리 당장 만나자고, 오늘이 안 된다면 내일, 내일이 안 된다면 그다음, 되는 날을 될 때까지 꺼내놓고 맞춰보면 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다독이고 다독여서 / 빨래 마르는 동안만큼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게는 말을 너무 하지 않는 것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뱉어낸 말들이 다른 사람들의 몸속을 돌다 찐득하게 달라붙어 풍기는 냄새가 싫은 걸까? 냄새를 두려워한다면 향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시인은 절제와 품위를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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