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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포로 아크파크 2권 - 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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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포로 아크파크 2권 - 사...

WiredHusky 2011. 7. 3. 18:54




1권 '기원'에서 작가가 마지막 페이지를 태워 버린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크파크와 그의 세계는 완전히 산산조각나 우주로 우주로 뻗어 나갔다. 마치 태초의 빅뱅처럼.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세계는 다시 한 곳으로 수렴하여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곳은 '기원'의 마지막 페이지를 태우고 있는 작가의 작업실이다. 타들어가는 페이지, 늘어 놓은 종이와 잉크, 지우개와 붓통, 그리고 커피가 가득 담긴 찻잔. 아크파크는 중력에 이끌려 작가 옆에 놓인 커피잔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주의 기원은 깜깜한 커피?




 

탕! 탕! 탕!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아크파크는 잠에서 깬다. 역시 꿈이었다. 아크파크를 찾아온 사람들은 '생활 공간 검사관'. 아크파크의 아파트를 철저히 측량해 그가 공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사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측량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아크파크가 열어 놓은 장롱 서랍이 문제였다. 이것은 아크파크가 열어 놓은 서랍의 크기만큼 공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걸 명백히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다급해진 아크파크는 검사관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장롱 서랍을 닫으려 하지만 이게 바로 검사관들의 함정. 아크파크는 '측량도구훼손죄'에 '잘 닫히지 않은 서랍 은닉죄'를 저지른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된다. 세상에!


 


재판부는 아크파크에게 따귀 두 대를 선고했다. 형은 예정대로 집행됐고 아크파크는 성 밖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추방된다. 그 곳을 지키던 문지기는 아크파크가 남쪽에 보이는 역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누군가
아크파크의 인생을 갖고 심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역시 짜여진 각본일까?

이 만화는 언제나 꿈과 꿈 사이에 중요한 사건들이 배치되므로 도대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서 부터 현실인지 알길이 없다. 이런 와중에 아크파크는 또 한 번 꿈 속으로 빠져든다. 그 곳에서 아크파크는 자신이 연극 '미션'의 주연 배우로 선정됐음을 통보 받는다.

연극을 주재하는 사람들은 주연 배우가 모든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길 원하지만 아크파크는 '도대체 왜 접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기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 그리고 회의. 하지만 정해진 궤도를 달려가는 기차에게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은 덜컹거리는 바퀴일 뿐이다. 주재자들은 당장에 이 바퀴를 뽑아 버리려 하지만 때마침 울린 자명종이 아크파크를 꿈의 세계에서 건져낸다. 눈을 뜬 아크파크의 앞에는 역이 도착해 있었다.





역에는 수 많은 코인로커가 닭장처럼 세워져 있었다. 코인로커는 아크파크처럼 독립된 공간을 할당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거 공간이었다. 플랫폼으로 나가보니 상황은 더 심했다. 개미떼처럼 모여든 사람들은 플랫폼 바닥에 선을 긋고 저마다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이 진짜 자기 집인것처럼 행동했지만 가구와 창문은 땅바닥에 네모를 그린 뒤 '침대', '창문'이라고 써 놓은게 다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인간은 신과 마찬가지로 존재에 목적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인간은 편안하게 잠들기'위해', 그리고 비바람을 피하기'위해' 침대와 창문의 존재를 창조한다. 즉 침대와 집은 존재보다 목적이 앞선 즉자물인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침대와 창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빈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어쩌면 이 곳은 제대로된 존재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사람들, 즉 위대한 창조의 힘을 잃어 버린 사람들이 도착한 일종의 유배지가 아닐까? 열차가 도착했을 때 아크파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열차를 탈 수 없었다. 창조의 힘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겐 세상의 비밀을 목격할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열차는 아무것도 아닌 곳을 지나, 이 세상의 지붕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줄곧 흑백으로만 그려졌던 만화는 아크파크가 세상의 지붕에 도착해 비밀스런 뚜껑을 열자 곧 컬러로 변해 버린다. 이 순간 예외없이 아크파크는 꿈에서 깨어난다. 정확히 '사도인쇄'로 칠해진 세상은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현실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당신,

혹시 컬러로 된 꿈을 꿔 본적은 없는가?




 

이야기는 3권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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