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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농구 감독 - 슬램덩크 안 선생님

WiredHusky 2010. 8.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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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에 대해 쓰다 보니 중요한 한 사람, 안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슬램덩크가 우리 삶의 보편적 성공 이야기가 될 수 있는것은 모두 안 선생님의 지도 철학때문이다. 그는 농구 기술을 가르치지 않고 꿈과 재능을 찾는 법을 안내한 사람이니까.

안 선생님이 한 번이라도 전략적인 작전을 지시 해본 적이 있나? 없다. 있다면 강백호더러 '리바운드를 제압해라'라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럼 전술 훈련을 시도한 적이 있나? 없다. 있다면 강백호의 여름 특훈 2만개 슛이 전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선생님은 무적 산왕고교를 꺽은 최고의 감독이자 문제아 군단 북산을 길러낸 진정한 교육자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국가대표 출신, 대학 감독 시절엔 호랑이 감독 안 선생님>

북산 고교 농구부에는 스카웃 된 학생이 아닌 평범 이하의 문제아들이 모인 곳이었다.

깡패 송태섭을 볼까? 그는 정대만과의 싸움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것으로 처음 등장 한다. 강백호? 더 말할 필요 없이 그는 슬램덩크에서 가장 최악의 문제아였다. 

채치수? 밤낮 '전국제패'를 외쳤지만 글쎄 그렇게 전국제패를 하고 싶으면 '해남'이나 '능남'에 갔으면 될 일 이었다. 그저 덩치만 큰 센터였기에 채치수도 북산 입학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태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래 이놈은 천재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태웅은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다. 강백호의 라이벌로서 그와는 정반대인 완벽함을 유지해야 했을테니까. 그러니 논외로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머지는 안경 선배나 달재정도가 있겠지만 더이상 설명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이렇게 보면 북산 고교에서 '천재'라 불릴만한 인물은 무석 중학 MVP 출신인 정대만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그도 건달이 되어 2년 넘게 방황했다. 촉망받는 스포츠맨에서 망가진 고교생으로 돌아온 것이다.


                                  <슬램덩크의 진짜 주인공은 정대만일지도 모른다>

현대의 교육 시스템에서 이들은 배제 대상이다. 이런 학생들을 훈계하는데 시간을 쓰기 보단 잘하는 애들을 한 명이라도 더 좋은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교사는 담당한 반의 CEO가 되야하고 냉혹한 사무라이가 되어 포기할 애들의 명단을 싹둑 싹둑 잘라내야 한다. 
아이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길러내야한다는 숭고한 가치는 자신을 사립학교에서 쫓아내고 능력없는 교사로 낙인찍게 만드는 십자가일 뿐이다.

하지만 안 선생님은 능력있는 아이들을 찾아 다니지 않았다. 저절로 모인 평범한 학생들에게 땀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찾아줬다.  

정대만에게는 디펜스의 달인 김낙수가 마크맨으로 나왔다는 것을 언급하며 '최강 산왕도 정대만은 두려웠던 모양이죠?'라고 말한다.  

송태섭에게는 빠르고 작은 가드에 대한 존재감을, 강백호에게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천재성을 인정해 준다. 채치수나 안경 선배에게 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3년 동안 힘써 이룩해 놓은 곳에 이토록 훌륭한 재능들이 모였다며 눈물날 정도로 모두를 격려했다. 

안 선생님은 학생들을 Management하는 CEO가 아니라 갯벌에서 진주를 캐는 어부였다. 가슴 한 구석 켜켜이 쌓인 진흙을 털어내고 재능을 찾아내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무대에 당당히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선생님 밑에서 자신을 찾았던 북산고교 농구부였기에 그들은 비로소 최강 산왕공고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세워진 현실의 벽은 만화에서 그려진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단단할 것이다. 우리가 평생 부딪혀 본다 한들 산왕공고를 꺽는 기적 따위, 꿈에서조차 이뤄지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케히코 이노우에가, 무려 7년 동안 24권의 단행본을 연재하면서 그 대단원의 막을 북산의 승리로 장식했던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는 '반짝 반짝 빛나는 재능'이 숨겨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슬램덩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 안에 숨겨진 능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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