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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포로 아크파크 3권, 프로세스 본문
1권에서 세계의 빅뱅을, 2권에서 색의 축복을 입은 아크파크가 이번엔 뒤틀어진 시간축에서 길을 잃은 방랑자가 된다.
3권의 첫 머리, 아크파크는 여지없이 꿈에서 깨어난다. 갈수록 심해지는 공간난을 해소하기 위해 아크파크의 옷장에 그의 동료가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언제나 서서 자야만 하는 불쌍한 영혼. 밤에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된 숙명. 아크파크는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강조하는 동료의 아쉬운 소리를 피해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그런데 이 때 아크파크의 침대 위에서 또 한 명의 아크파크가 깨어난다. 이것은 여전히 꿈인가?
이제 웬만한 사건에는 덤덤한 아크파크는 침대에 누가 누워 있든 게의치 않고 자신을 데리러 온 택시에 오른다. 방금 침대에서 일어난 아크파크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깨닫고 출근하는 아크파크는 만류하지만 이미 택시는 떠나간 뒤다. 잠옷 차림의 아크파크는 총알 택시를 잡아 타고 자기 자신을 뒤 쫓기 시작한다.
<출처: 세미콜론 공식 블로그>
도시의 심각한 공간난은 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처럼 거대한 공간을 점유하는 운송 수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도시의 택시는 자전거다. 게다가 도로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해 놓은 외줄! 심지어 이 외줄은 건물의 창문을 통과해 가정집의 부엌을 가로 질러 반대편 창문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아크파크가 탄 총알 택시는 이 외줄 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며 목적지를 향해간다. 그 행위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채, 인간은 아찔한 외줄 위에서 광속의 춤을 춘다.
택시 위에서 스쳐 지나간 증권 거래소는 이 세계의 민낯을 잔인하게 보여준다. 거래소의 입구에 드러난 말은 '투.기.하.여.라'. 시장은 전반적으로 하락장인데 그 종목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의지, 충성, 정직, 용기, 인내, 올바름, 관용, 자비... 이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이 바로 의지와 소박함, 연대와 나눔이다.
배금주의의 황야 위에서 부질없는 욕망을 끝없이 쫓아 달리는 현대인. 한 뼘의 공간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그 공간을 보장해주는 현실 권력에의 복종과 순응. 이같은 부조리는 아크파크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이미 철저히 내재화되어 있어 어떠한 비판과 저항도 불가하게 만든다. 체제에 대한 저항 의지는 소박함과 나눔을 부활시키고, 이것이 곧 거대한 연대가 되어 새 세상을 끌어내는 바퀴가 되지만 이 세계에서 의지와 소박함, 연대와 나눔은 여전히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출처: 세미콜론 공식 블로그>
꿈의 중심에 도착한 아크파크는 바닥에 널린 컷들을 헤매는 동안 발을 헛딛어 그 중 하나에 빠지기도 한다. 그 순간 아크파크는 이것이 꿈 속의 꿈임을 깨닫는다. 꿈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아크파크가 안내소에 도착해 천장에서 떨어지는 또 다른 아크파크를 목격한 컷은 곧이어 안내소를 나와 꿈의 중심으로 이동한 아크파크가 발을 헛딛어 빠져버린 컷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이 번쩍 든 아크파크는 서둘러 자신의 방을 찾아 떠난다. 이 꿈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면 꿈을 마무리
<이 글의 두 번째 사진과 비교해 보라>
꿈의 포로 아크파크 시리즈 3권 '프로세스'는 무한의 프로세스를 얘기한다. 아크파크는 꿈에서 깨어나 그 무한의 고리를 끊으려 하지만 현실은 정해진 운명에 따라 또 다시 꿈으로 빠져든다. 꿈과 현실의 무한 반복. 끊임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언덕 위의 시지프스.
3권 프로세스는 카프카의 패러디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부조리'란 개념을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비록 시지프스 신화를 강조한 것은 카뮈지만 꿈과 현실, 2차원과 3차원, 허상(만화)과 실재(우리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환상적 표현법은 정녕 카프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만화는 고작 46페이지다. 그러나 이 46페이지를 그리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얼마나 철저한 계산을 했을지, 그 땀과 노력에 경외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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