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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미드의 원작 만화 - 워킹데드 본문
*스포일러 있습니다.
만화는 텅 빈 병원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좀비가 득실거리는 폭력의 땅으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세상이 개벽한 줄도 모르고 무지의 발걸음을 내딛는 주인공 '릭'. 아직은 순백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최후의 인간.
좀비 영화를 봐왔던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대니 보일 감독의 2002년 작 '28일 후'(28 days later, 2002)에 어느정도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그렇다면 이 뒷이야기 또한 예상할 수 있을텐데, 그것은 짐작한대로 '살아남은 사람들과의 재회'다.
1968년 조지 로메로가 좀비(Zombie)를 창조한 이래 좀비가 단순히 공포의 소재로만 씌였던 적은 없다. 물론 무섭게 생긴 좀비들이 으드득 으드득 인간을 씹는 장면 없이 좀비물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좀비는 단순한 괴물 이상을 상징한다.
많은 좀비물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맞닥드리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살아있는 시체'들이 거니는 길거리에서 그들은 매 순간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극도로 희미해진 세상에 홀로 서 있다. 그들은 이 혼란을 떨쳐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원래의 세계를 찾아 떠난다.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러나 명작 좀비물들은 대개 이 만남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워킹데드'의 주인공 릭 그라임즈의 여행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병원에서 홀로 살아 남은 릭이 아내와 아들이 살고 있는 캠프를 처음 찾았을 때, 그는 캠프에서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는 정상 세계의 파편을 목격한다. 그 곳엔 물이 있고 먹을게 있다. 그리고 살아남은 가족이 있다. 사람들은 숲 속에 숨어 살며 라이플의 보호를 받는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카니발을 극복하기 위해선 살아남은 사람들간의 연대가 유일한 해답이다. 캠프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인간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캠프에선 매일 밤 희망의 모닥불이 피어 오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둘일 때, 둘이 아니라 셋일 때 더 사악해진다. 연대는 인간성을 회복시키지만 그 인간성에 욕망과 이기심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집단은, 거의 예외없이 악을 생산해 낸다.
안전할 것으로 믿었던 캠프가 좀비들의 습격을 받아 사랑했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캠프를 옮겨야 되냐 말아야 되냐를 놓고 의견 다툼을 벌이던 릭과 셰인(주인공의 절친)의 갈등이 더 첨예화 된다.
릭은 이 갈등의 씨앗이 자신의 아내 로라와 셰인과의 의문스런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한다. 릭은 여전히 셰인을 친구로 여긴다. 그러나 로라를 뺏긴 셰인의 상실은 너무나 크다. 셰인은 릭만 혼자 병원에 놔두고 왔다는 죄책감에 누구보다도 로라와 그의 아들 칼의 안전에 힘써 왔다. 그는 자신이 릭을 대신해 훌륭한 남편과 아빠가 될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의 눈 앞에 릭이 찾아온 것이다. 친구의 생환을 진정으로 기뻐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 마음 놓고 기뻐하기도 그렇다고 슬퍼하지도 못하는 셰인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악은 이 균열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다. 이 악을 제거하는 것은 한 발의 총알. 인간의 악은 오로지 죽음을 통해서만 정화된다.
캠프를 떠나 릭 일행이 도착한 곳은 교도소였다. 교도소에는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간수가 아니라 죄수였다. 그때까지 교도소는 죄수들의 것이었지만 총을 가지고 있는 건 릭이었다. 릭은 죄수들로 부터 교도소를 빼앗았다. 망가진 세계에선 모든 인간이 평등해야 마땅했지만 릭은 총을 가진 인간으로서 폭력을 행사한다. 그는 '살인하지 말 것'이라는 불문율을 정해 생존자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이 규칙을 제일 먼저 어기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릭은 좀비들이 습격한 혼란을 틈타 폭동을 일으킨 죄수를 살해한다. 그것은 명백한 살인이었지만 일행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리더로서의 사명감이 살인을 처형으로 정당화한다. 릭의 마음은 서서히 폭력으로 물들어 간다.
아슬아슬 연약한 연대를 유지해오던 릭 일행은 추락하는 헬리콥터를 목격하면서 전환기를 맞는다. 릭과 두 명의 동료로 구성된 팀이 추락한 헬기를 찾아 떠나지만 헬기는 이미 누군가에게 발견된 뒤다. 릭은 근처에 또 하나의 생존자 집단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일행은 교도소로 복귀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곳을 찾아 떠나지만 밤이 깊을 때까지 생존자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모두가 포기하고 있을 때 그들 앞에 나타난 건 교도소보다 단단한 울타리와 강력한 무기와 쌩쌩한 자동차와 전기로 보호받는 거대한 도시였다. 릭은 모든것이 갖춰진 완벽한 도시 안으로 들어선다. 눈 부신 불 빛 속에 드러난 광경은, 생존자들을 산채로 토막내 좀비에게 던져주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좀비물이 진짜 공포스러워 지는 순간은 바로 살아있는 인간이 좀비보다 무섭다는 걸 깨달을 때다.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무의(無) 세계에도 인간의 욕정과 배신과 탐욕과 이기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깊이 깊이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새 무섭게 자라나 남겨진 자들의 목을 조른다. 차라리 좀비가 됐더라면 인간이 인간때문에 무너지는 무참한 경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비는 흉측할 지언정 결코 자기들끼리 공격하지는 않는다. 동족을 짓밟는 유일한 동물은 오직 인간 뿐이다.
저자는 만화의 서문에서 '이 책은 순전히 실제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이 자연스레 발전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라고 말했다. 내 보기에 이 말은 '실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자연스레 보여주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라고 고쳐 써야 한다.
좀비는 과연 무엇인가? 당신은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당당한가? 나는 탐욕에 굶주린 시체들의 거리가 욕망에 가득찬 인간들의 거리와 무엇이 다를지 생각해 본다.
좀비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 좀비는 나이며 바로 당신이다. 좀비는 단지, 우리보다 조금 더 솔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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