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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배트맨'에서 '맨 오브 스틸'까지

WiredHusky 2013. 6. 11. 18:08



인생무상, DC의 흥망성쇠


크리스토퍼 리브가 팬티만 입고 하늘을 날아 다닐때가 참 좋았지. 그 때가 DC의 봄날. 하지만 1987년 슈퍼맨4가 역사상 최악의 속편으로 꼽히며 자기 자신을 크립토나이트 광산에 쳐 묻었을 때 슈퍼맨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걸지도 몰라.

다행히 DC에게는 브루스 웨인이 있었다. 89년에 시작된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는 슈퍼맨이 쌓고 스스로 부숴버린 부와 명예의 바벨탑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 팀 버튼 특유의 어둡고 컬트적 요소는 트라우마 덩어리이자 어둠의 자식이었던 배트맨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게다가 잭 니콜슨의 죠커! 데니 드비토의 펭귄! 영웅보다 더 매력적인 빌런들. 다크 나이트가 잘 나갈 때도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팀 버튼의 배트맨을 진정한 원작으로 꼽을 정도로 80, 90년대의 배트맨은 대단한 아우라를 형성했드랬다. 


이런게 팀 버튼의 배트맨이라면,


그게 문제였을까? 워너 브라더스의 제작진들은 배트맨이 팀 버튼의 장난감이 되어 떡 벌어질 성과급도 고급 승용차도 초특급 샴페인도 가져다 주지 않는 긱들의 전유물이 되버릴까봐 걱정 했던 것 같다. 그들은 배트맨의 페르소나였던 팀 버튼을 내 쫓고 죠엘 슈마허를 불러 앉힌다. 그들은 팀 버튼의 장난감이 될 뻔한 배트맨을 뺏어와 개들도 가지고 놀지 않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렸다. 배트맨 3(포에버)와 4(배트맨&로빈)는 지옥에 잠들어 있던 슈퍼맨4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만큼 엉망이었다. 배트맨 이후로 DC는 헐리웃 영화계에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는 만화 원작의 제작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2000년대는 바야흐로 최강의 라이벌 MARVEL의 시대였다.


이런게 죠엘 슈마허의 배트맨!


1998년 블레이드로 서서히 피치를 끌어 올리기 시작한 MARVEL은 2000년 X-MEN을 시작으로 전설이 될 준비를 마친다. 이후 엑스맨과 블레이드의 속편, 스파이더맨, 헐크, 판타스틱4, 아이언맨, 토르, 캔틴 아메리카, 어벤져스를 쉴새 없이 몰아친 MARVEL은 슈퍼맨, 배트맨 운운하는 것들을 시골 촌놈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영화계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


전설의 MARVEL HEROES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MARVEL 전설의 신호탄이 된 X-MEN 1, 2를 매우 성공적으로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가 DC의 '슈퍼맨 리턴즈'(2006) 연출을 위해 X-MEN 3의 감독직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배신자의 말로가 늘 그렇듯, 슈퍼맨 리턴즈는 재앙이었다. DC에게 희소식이라 할 만한 건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 리턴즈로 돌아서 버리는 바람에 경쟁사의 주요 시리즈였던 X-MEN까지 깊고 깊은 심해로 침몰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브라이언 싱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리즈 두 편을 동시에 멸망시킨 유일한 감독으로 남아있다(이후 X-MEN은 울버린 그 자체가 되버린 휴 잭맨의 '개도 가지고 놀지 않을 장난감'이 되어 표류하다 X-MEN First Generation에서 제작자로 리턴한 브라이언 싱어에의해 겨우 인공 호흡기를 뗀 수준이 된다. 현재 그는 First Generation의 속편 Days of Future Past의 연출을 맡고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지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반전 영화로 데뷔한 천재 감독 브라이언 싱어.

He is gay.




DC의 희망고문 Batman


MARVEL이 X-MEN 3에서 삐끗하긴 했지만 그들은 이미 제국이었고 다양한 레퍼토리가 있었다. DC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손가락만 쪽쪽 빨며 라이벌의 승승장구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 미국 역사상 가장 폭넓은 인기와 영광을 얻었던 슈퍼맨은 이제 그들에게 트라우마가 되버렸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배트맨의 부활 뿐이었는데, 여기서 워너 브러더스는 신의 한 수를 놓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등장이었다. 

배트맨 3, 4의 실패가 작가 정신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 걸까? 워너는 메멘토(2000)로 충격적인 영상을 선보인 크리스토퍼 놀란을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의 감독으로 선임한다. 메멘토라는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크리스토퍼 놀란은 블록 버스터 감독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철저한 현실 주의자요 리얼리스트였다. 그런 남자에게 검은색 가죽 타이즈 하나로 총칼을 막아 내고 똥꾸멍에서 불이 나오는 배트카를 타고 다니는 박쥐를 만들라니! 박쥐를 만들라니! 가능한 결과는 두 가지였다. 놀란이 망하거나, 배트맨이 박살나거나. 


배트맨의 성공으로 자신이 평생동안 꿈꿔왔던 영화 '인셉션'을 만들고 마는 크리스토퍼 놀란


원작팬이 뭐라하든 제작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생각대로 배트맨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배트맨이 입고 있던 만화적 상상력을 벗겨내고 그 위에 하이퍼 테크놀로지라는 리얼리티를 덧칠했다. 그리하여 똥꾸멍에서 불이 나오던 세단은 험상 궂은 배트탱크로, 쌔끈했던 배트윙은 멍청이 풍뎅이로, 어설픈 슈트는 초경량-강화 섬유로 대체된다. 원작팬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팀 버튼의 세계에 살고 있던 신 배트맨을 인간계로 유배보낸 사탄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칠 리얼리티의 강조는 마치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게 예수의 수면 보행이 사실은 강한 부력을 지닌 발사목 나막신 덕분이었다고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모욕적이었다. 

하지만 젠장! '배트맨 비긴즈'는 2005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3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망한 것도 아니었다. 희망고문! 워너 브러더스는 다시 한 번 주사위를 던진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그 영화, '다크 나이트(2008)'가 개봉한다. 





전설적인 죠커 잭 니콜슨에게 풀스윙 왕복 싸대기를 날릴 만큼 완벽했던 히스 레져는 진정한 명검의 장인들이 종종 그러듯,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다크 나이트'를 전설의 명화로 만든다. 1억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는 관객 수익으로만 10억 달러를 벌어 들인다. 이제 놀란에 대한 논란은 모두 사라졌다. 

워너 브러더스는 배트맨의 성공에 한껏 마취됐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비틀비틀 흔들리는 워너를 축하해주는 척 다가가 그의 지갑에서 1억 6천만 달러를 슬쩍한다. 자신이 평생 동안 꿈꿔왔던, 하지만 특수 효과에 대한 부담과 높은 제작비로 인해 아무도 그 가능성을 들어주지 않던 영화 '인셉션(2010)'을 만들기 위해! 이 영리한 기회주의자는 인셉션으로 8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놀란은 히스 레져만큼 전설이 됐다. 2012년에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감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위대한 이유는 사실 큰 돈을 벌어서가 아니다. 그의 위대한 점은 그가 MARVEL의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DC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외계인과 녹색 괴물이 춤을 추는 만화의 세계와 명확한 선을 긋고 현실 세계에 단단히 뿌리 내린 현실적 히어로물을 만들어 낸 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비난과 걱정 속에서 이뤄냈다는 것. 나는 그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롭고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DC의 구세주 크리스토퍼 놀란


사실 배트맨 시리즈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사이사이 워너 브러더스는 '왓치맨(2009)', '그린랜턴(2011)'같은 영화를 끼워 넣으며 부활을 꿈꿨었지만 놀란의 세례가 없는 작품들은 모두 개봉과 함께 지옥으로 끌려가 버렸다. 이제 크리스토퍼 놀란은 워너 브러더스의 유일한 희망이다.

워너가 놀란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는 그들이 크립토나이트 광산에 봉인했던 슈퍼맨을 꺼내 놀란의 손에 쥐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워너는 놀란이 감독직을 맡아 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리얼리티의 화신에게 슈퍼맨은 머나먼 정글이었다. 배트맨이야 다소 비약적인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학 기술에 기반한 인간 영웅이다. 

하지만 슈퍼맨은 초경량-강화 섬유 따위 필요없어, 단순한 스판 타이즈에 빨간 팬티를 겹쳐 입는 변태 외계인이지 않은가! 그는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아니 비행에 방해만 되는 빨간 망토를 두르고 말이다! 워너의 플랜 B는 그에게 제작을 맡기는 것이었다. 감독은 스파르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를 만들어(영화 '300', 2007년 개봉)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왓치맨'으로 그 모든 영광을 똥통에 빠뜨린 잭 스나이더가 맡았다. 이 기대작은 전 세계 60억 인구의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개봉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잭 스나이더는 '맨 오브 스틸'을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게 제작자인 놀란의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그 자신의 생각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이 슈퍼맨은 지금까지의 슈퍼맨과는 완전히 다른 시리즈가 될 것임이 확실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 비긴즈에서 나약한 부잣집 도련님이 어떻게 슈퍼 싸움꾼이 될 수 있었는지 설명했던 것처럼 잭 스나이더는 '인간 클라크 켄트'가 어떻게 자기 능력을 자각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지 보여줄 것이다. '맨 오브 스틸'은 날 때부터 강력한 외계인의 힘자랑이 아니라 인간적인, 대단히 인간적인 영웅의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까봐야 알겠지만, 예고편만 봤을 땐 기대를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노래는 한스 짐머가 만들었어요'라고 광고하는 배경 음악과 함께 점점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껴보시길! 반드시 음악을 들어며 봐야 한다!



남은 이야기...


크리스토퍼 놀란의 리얼리티에 대한 열정은 CG를 사용하지 않는 연출 성향으로 이어진다. 그도 CG가 실사 촬영보다 표현 범위가 더 넓으며 가격도 더 쌀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실사에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It' true! It's real! 그는 실사만이 관객을 극한의 몰입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도로에 난입하는 이 기차도


건물 전체에 쏟아지는 물도


환상적인 폭파 씬도


믿을 수 없는 무중력도

심지어 공중에 매달린 이 비행기도!



모두 모두 실사다!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자동차요 오토바이임은 말할 것도 없지!



그래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며 고층 건물 사이를 저공 비행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는지 그는 배트윙에서 약간의 꼼수를 부린다.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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