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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이렇게 재미없게 만드는 것도 재주다 - 페르시아의 왕자

WiredHusky 2010. 8. 3. 17:36

제리 브룩 하이머는 돈 냄새를 잘 맡는 제작자 입니다. 이 능력은 그에게 두 가지를 안겨줬습니다. 첫째는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로 인정 받게 된 것 입니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존경 하는 또는 가장 위대한 같은 수식어는 결코 받지 못하는 제작자가 됐다는 것 입니다.  

그런 면에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제리의 구미에 딱 맞는 소재였습니다. 제리는 이런 생각을 했겠죠 '원작 게임의 팬들이 있으니 영화화 제작 소식만으로도 충분한 홍보가 될 거야 제작비가 가능하다면 대규모 전투씬 한 두개쯤을 넣어주는 것도 좋겠군. 시간을 돌리는 판타지 영화니까 역사적 고증은 필요 없을 테고 적당히 특수효과를 섞어 주기에도 문제가 없겠지.'  
제리에게 위대한 작품=가장 많은 돈을 버는 작품. 이렇게 해서 B급 영화 3개를 합쳐 놓은 듯한 헐리웃 대작 페르시아의 왕자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관객을 미치게 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이크 질렌할의 너무나 서구적인 외모입니다. 아리아인, 페르시아, 이란. 그래요 이 사람들은 완전한 서양 사람도 아시아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이크 질렌할을 중동인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신현준을 세울 수는 없었겠지요. 이건 전 세계를 타겟으로 한 상업 영화니까요. 제이크 질렌할이 '페르시아 왕자'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어도 세계적으로 먹어주는 비주얼 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제이크의 외모는 정말 깼습니다. 도저히 영화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둘째 역시 제이크 때문입니다. 원작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가 쌓아올린 금자탑은 현대 액션 영화의 새로운 구세주로 떠오른 야마카시였습니다. 매달리고 달리고 뛰어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런데 제이크의 몸은 왜 이리 둔한 겁니까. 이 영화가 No Wire, No CG 액션의 전설적 영화 '옹박'은 되지 못하더라도 인디아나 존스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이크의 액션은 토니쟈는 커녕 60살 먹은 할아버지 해리슨 포드의 액션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의 세련된 외모는 이런 extreme 액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요. 거대한 스크린에 클로즈업 되는 제이크의 미소를 볼 때마다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부릅 떠야 했습니다. 

셋째는 한심한 이야기와 연출력 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사용되던 극법 중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수법은 갈등이 고조된 극의 끝 부분에 기계로 만든 신-일종의 무대 장치-이 등장해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서사적 재미라는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서 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끝이 좀 허무하다'라고 자주 말하지 않습니까? 이 말은 이야기의 갈등이 만족스러울 만큼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들어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과 인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해 전쟁 준비를 하던 장면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 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이 치더니 하나님이 나타납니다. 만약 하나님이 인간과 나비족의 대표를 불러다 놓고 '싸우는 것은 옳지 않아. 자연은 소중한 것이야'하며 일장 연설을 늘어 놓은 뒤 무소불위의 힘으로 인간 전부를 지구로 소환시켰다면 어떻게 됐을 까요?   

관객들은 객석을 뛰쳐나가 극장에 불을 지르고 Box Office 앞에서 대규모 환불 시위를 벌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딱 그 꼴입니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져 갈등이 고조될라 치면  
개연성없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주는 두 명의 조연(타조 레이싱 두목과 그의 보디가드)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단검은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예견된 데우스 엑스 마키나  
였습니다. - 이 부분은 실제 영화를 보고나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면에 있어서도 서투름과 조급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니잠의 음모가 너무 솔직하게 드러났던 것이죠. 물론 이 대목에서 제리는 빠른 전개를 원했을 겁니다. 제리의 포커스는 음모를 중심으로 한 서스펜스에 있는게 아니라 특수효과와 와이어 액션에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리가 그렇게 저급한 사람이란건 아닙니다. 창조에는 다양한 목적과 방법이 있으니 그저 '내 입 맛에 맞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이 영화를 무작정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겠지요.

역시 모든 컨텐츠에는 직접 보고 판단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맛 없다고 하는 반찬이 내 입맛에는 신기할 정도로 맞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같이 본 제 여자 친구는 이 영화를 자기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았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니 인간은 참으로 다양하고 감정은 정말로 미묘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제이크 질렌할은 유태인이란 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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