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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블리자드의 성공 비밀 - 성공은 결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오지 않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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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블리자드의 성공 비밀 - 성공은 결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오지 않는다

WiredHusky 2010. 8. 31. 12:00




많은 사람들이 사업의 성공은 '여지껏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열린 아이디어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은 '그건 이미 있잖아'라는 말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업은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공했다는 회사 이야기를 듣고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은 '아! 그거
내가 얼마 전에 생각했던 건데'라는 말이다.



<넌 이미 존재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고 믿는 당신이 이미 오래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로 다른 회사가 승승장구 하고 있는 현상 말이다. 이 문제는 지난 몇 년간 내 인생을 지독히도 괴롭혀 왔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하나의 공리를 얻어냈는데 그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비지니스의 성공은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가장 '완벽히 구현하는 것'에 달려 있다.


Dog_112 x 162 cm_ Oil on Aluminum, Scratch_2007. 한영욱 作

블리자드의 'WOW(World of Warcraft)'는 전세계적으로 천만명이 넘는 유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지껏 어떤 게임 회사도 이루지 못한 성공이다. 그런데 이 게임의 면면을 살펴보면 'WOW'만의 새로운 시스템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WOW 핵심 컨텐츠라 부를 수 있는 인스턴스 던전, 레이드, 퀘스트 중심의 진행 방식은 이미 에버퀘스트가 보여준 시스템이었다.(에버퀘스트 전에도 이미 존재했을 것이다. 분명히!)



블리자드는 단지 개선했을 뿐이다. 훌륭히. 사실 이것 말고 블리자드가 할 줄 아는 일은 거의 없다. 완성도야 말로 블리자드의 핵심 가치.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주주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든 잠재손실이 얼마나 크든 개의치 않고 출시일을 연기하는 변태 오덕들. 그들은 단 한번도 새로운 시스템을 구현해 넣기 위해 출시일을 연기하지 않았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엔 언제나 블리자드의 게임이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인생은 이미 눈보라의 한 가운데서 길을 잃고 서 있었다.>


이번엔 애플의 경우를 살펴 볼까? 애플의 iPhone이 성공을 거뒀을 때 사람들은 세계 최초의 터치폰에 열광했다. 하지만 터치폰은 전혀 새로운것이 아니었다. 90년대에 이미 Palm의 제품들이 있었고 아이폰이 나오기 직전에는 LG의 프라다폰이 있었다. 아이폰은 단지 엄청나게
잘 작동하는 터치폰 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로 세계를 지배했다.

앱 스토어란 개념도 이미 수 많은 사업자들이 서비스하고 있던 중고 아이템 이었다. 애플은 완벽히 동작하는 플랫폼과 쓰기 쉬운 SDK를 만들었고 여기에 7:3이라는 디저트를 곁들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로 세계 최대의 App 시장을 만들어냈다. Microsoft, Symbian, RIM 등이 자사의 OS를 이용해 이미 오래전부터 고군분투 했지만 그 누구도 애플만큼 잘하지는 못했다. 진짜 '플랫폼'이라 부를 수 있는 건 iPhone OS 밖에 없었던 셈이다.



<사과회사가 잘 나가는 이유는 간지나는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다>


블리자드와 애플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명백하다. 그들이 만들어 온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언제나 '완벽한 것'을 만들길 원했다. 그래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애플과
블리자드를 창의적 기업으로 선전하는 건 넌센스다. '돈을 많이 버는 회사'라면 싸잡아 '창의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영업이익 10%에 목을 메는 이 세계의 습관인 듯 하다.

한국 산업은 '기술'은 있지만 '창의'가 없다는 비판도 여기서 기인한다. 매출 규모는 애플의 수 배에 달하는 삼성, LG가 이익률은 그의 3분의 1도 안되는 현실에 대한 해답을 '창의력'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을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별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Key Feature' 따위로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창의력을 찾아 헤맬 것이다.

핵심은 '완성도'다. 작고 가볍고 빠른 휴대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컨텐츠, 캐릭터간 밸런스를 맞추고 안정적인 네트웍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만드냐는 거다. 따라서 조직에서 말하는 창의력이란 '문제 해결 능력'의 다른 말이다. 특히 기술 혁신이 산업을 주도하는 IT 업계에서는 마케팅, 상품 기획자의 창의력보다 엔지니어의 창의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2장의 카드를 오른쪽 손바닥 밑에 숨기고 있다가 0.1초 만에 5장을 왼손으로 옮기되 스페이드 에이스, 텐, 잭, 퀸, 킹의 순서로 골라낸다면 멋진 마술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기획자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여기서 이걸 누르면 솨아악 하고 나왔다가 스르륵 지워지고 번쩍번쩍 하다가 뿅 하고 사라지는 어쩌고 저쩌고...' 끝에는 언제나 이런 얘기를 덧 붙인다.

'어때요? 잘만 만들면 정말 엄청난게 나올 겁니다.'

기가막힌 건 오늘날 성공하는 모든 기업들이 이런 개떡같은 이야기를, 찰떡같이 듣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라는 조직이 '어떻게'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을'에 관한 모든것을 스티브 잡스에게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CEO는 아주 극악무도한 요구 사항을 쏟아내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오로지 자신에게 부여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블리자드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들의 모토는 '자신들이 가장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인데 실제로 블리자드에선 마케팅 담당자가 고객의 니즈와 마켓, 트렌드를 조사한 뒤 '내년 1Q에는 항해 게임이 뜰 겁니다'라는 보고를 올리면 CEO가 '내년 1Q까지 항해 게임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바보 같은 프로세스가 없다고 한다.

이것은 블리자드의 개발자들 모두가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서 이미 정확히 알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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