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프로덕디자인
- 조명기구
- 진중권
- 미술·디자인
- 가구
- 애플
- 조명디자인
- 가구디자인
- 주방용품
- 프로덕트디자인리서치
- 재미있는 광고
- 일러스트레이터
- 가구 디자인
- 일러스트레이션
- 신자유주의
- 인테리어 사진
- 피규어
- 인테리어 소품
- Product Design
- 인스톨레이션
- 킥스타터
- 조명 디자인
- 피규어 디자이너
- 아트 토이
- 해외 가구
- 글쓰기
- 조명
- 북유럽 인테리어
- 인테리어 조명
- 램프
- Today
- Total
deadPXsociety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본문
저자 차경진은 현대를 경험의 시대로 정의한다.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의미'를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미를 구매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쉽게는 가심비를 떠올리면 된다. 가격이 얼마든 나에게 만족을 줬으면 타당하다는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는 영역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큰돈은 확실히 가심비의 세계에서 돌고 있는 것 같다.
고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려면 필요보다는 욕망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고객은 어떤 맥락에서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가? 과거에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기타 사용자 조사를 통해 그것들을 밝혀냈다. 아주 무용한 건 아니지만 이런 방법들은 사용자의 욕망을 본인에게서 들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상한 일이다. 본인 자신의 욕망을 본인이 아니면 누구에게 듣는단 말인가? 현대 대량 생산 시스템의 기틀을 만든 헨리 포드의 말에 그 답이 있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다면 나는 더 빠른 말을 길러야 했을 것이다.' 그는 말 대신 자동차를 만들었고 지금의 미국이 탄생했다.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람과 기계, 심지어 기계와 기계까지도 연결된 이른바 초연결시대는 고객에게 묻지 않고도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분석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정교한 센싱 기술들이 탑재된 기계들은 이제 24시간 365일 고객의 행동을 기록하고 전송한다. 예전에는 데이터가 없어서 문제였다면 이제는 너무 많아 문제가 된 것이다.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면 상품과 서비스는 초개인화의 영역에 도달한다. 고객이 20대냐, 여성이냐가 아니라 '당신이' 20대냐, 여성이냐, 어떤 쇼핑몰을 몇 시에 몇 번 방문하여 무엇을 구매했고, 상품 상세 페이지를 끝까지 읽었는지, 매주 주문하는지, 월급날 장바구니에 담았던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지 알아내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여성의 임신 사실을 대형 마트 마케팅팀이 먼저 알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특정 물건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져 이를 종합한 추천 알고리즘이 유아 용품 할인 쿠폰을 보낸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런 세상이 소름 끼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공포를 느끼든 말든 세상은 한동안 정해진 방향을 따라 자신의 길을 간다. 그건 세상의 잘못이 아니다. 편의와 이득을 따라 흐르는 인간의 본능이 스스로 그 방향을 정한 것이다.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는 이런 세상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그 방법이 꽤 상세해 단순히 이러이러한 세상이 왔으니 이러이러하게 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책과는 결이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더 깊고, 넓고, 선명하고, 큰 경험을 기획하라는 이 책의 솔루션과 그 사례들이 그저 그렇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는 물고기를 잡는 법보다는 낚시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자. 그가 사업가였다면, 그래서 자신의 방법으로 만든 서비스가 세상을 혁신하는 중이라면, 아마 이 책은 그 자신이 아니라 수많은 분석가와 기자들이 대신 썼을 것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디서 살 것인가 (0) | 2022.05.15 |
---|---|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0) | 2022.05.08 |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0) | 2022.04.24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0) | 2022.04.17 |
저주토끼 (0) | 2022.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