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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본문
알랭 로브그리예는 이름이 참 멋지다. 로브그리예만으로도 충분한데 알랭까지 붙어 있으니 더 그렇다. 써놔도 예쁘고, 읽으면 더 예쁘다. 그런데 <진>은 별로 아름답지 않은 소설이다.
읽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소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누보로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직역하면 '새로운 소설'이라는 뜻인데, 사실 내용이 워낙 전위적이라 비판을 위해 만들어진 멸칭이다. 미술사에 '인상파'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인상파와 마찬가지로 누보로망도 멸칭으로 시작됐지만 그 세계에서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심지어 누보로망은 프랑스 영화의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누벨바그(새로운 물결)에도 영향을 끼쳤다. 1961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랭 레네 감독의 <지난해 마리앵바드>는 알랭 로브그리예가 각본을 쓴 영화다.
나는 '앙티로망(anti roman)이라는 말이 이 소설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장 폴 사르트르가 나탈리 사토르의 1948년작 <어느 낯선 이의 초상>을 평하며 일컬은 말이다. 반소설. 소설 같지 않다는 말. 소설의 구성 요소들을 부정하거나 그 효과를 정반대로 추구하는 행위. 그러니까 이 소설이 재미있을 리가 있나. 이 작가들은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하는 걸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문학동네는 <진>을 '실험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선전하는데 독자는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기대하는 그 무엇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없다.
아주 지적인 소설이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야기를 하나씩 뜯어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만큼 피곤하다. 그 왜 유튜브 해설 영상으로만 봐야 재미있는 영화가 있지 않은가? <진>은 딱 그런 소설이다. 각 잡고 읽어야 뭐라도 나오는데 각이 잘 안 잡힌다. 몰입이 안 되니까. 이처럼 전위적이면서, 읽기도 쉽고, 재미까지 있는 소설을 떠올려보면, 쉽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또 이 작가의 책을 손에 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미 <질투>에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질투>에 비하면 <진>은 양반이다. 책장을 더듬어 더듬어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의 조각이 만져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도대체 왜 이 책을 골랐을까? 그건 이 소설이 아주 얇기 때문이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유일한 미덕은 짧게 쓴다는 점이다. 아무리 거지 같아도, 125p는 버틸 수 있겠지.
이야~ 근데 그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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