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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RE사의 위대한 도전 - SRH1440 청음기 본문
*청음 환경
기기: iPhone 4s 직결
음원: 320k MP3
SHURE사의 위대한 도전
헤드폰 시장에서 도전을 거듭하던 SHURE가 드디어 하이엔드 급의 오픈형 헤드폰을 내놨습니다. 개인적으로 SHURE사의 SRH240으로 헤드폰에 입문한 경험도 있고 SHURE사 특유의 플랫하고 맑은 소리를 선호하는 터라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꼭 한 번 들어보겠다고 벼르던 제품이었죠.
사실 이 회사의 헤드폰 제작 역사는 그닥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240에서 940에 이르기까지 SHURE가 보여준 행보는 실로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DJ 계열만 빼면 말이죠...). 실제로 국내에서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상당한 팬을 확보한 것 같고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440, 840에 대한 칭찬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SHURE사가 플래그쉽 오픈형 헤드폰을 출시한다니! 과연 밀폐형 헤드폰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오픈형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Packaging
사실 청음기를 쓰면서 패키징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솔직히 패키징이 좋다고 음질이 좋아지는건 아니니까요. 패키징에 쏟을 돈으로 제품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1440의 패키징을 보는 순간 억!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네, 플래그쉽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햡니다. 지난번 K702의 단촐한 구성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던 저에게 이건 말 그대로 신세계네요.
간지가 좔좔 흐르죠? 반짝반짝한 유광 패키징을 열어 보면 고급스런 느낌의 하드 케이스가 나옵니다. 그 안에 살포시 들어가 있는 헤드폰의 매력이란! 게다가 이어패드 두 개를 기본으로 제공하네요. 1440의 패드는 940과 마찬가지로 벨벳 스타일이라 여름철엔 꽤나 땀을 내줄 것 같은데 교체 패드가 있으니 냄새 걱정 할 필요는 없겠죠? 이외에 짧은것과 긴 것 두 개의 착탈식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여러모로 신경 많이 쓴 느낌이 드네요.
착용감
이게 바로 1440의 쿠션입니다. 만져 보면 말랑말랑 머리를 안아프게 감싸줄 것 같지만 실제로 정수리 압박은 적지 않습니다. 헤드폰 자체 무게도 나가는 편이라 장시간 착용 시 목이 좀 아파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역시 착용감은 오테의 AD시리즈를 따라올만한 제품이 절대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 가격대의 헤드폰들은 무게나 착용감 면에선 별반 차이가 없는게 사실이죠. 플래그쉽 헤드폰의 구매 고려 사항 중 착용감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닥 크지 않을 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해상도
SHURE의 헤드폰이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발군의 해상도. 특히 밀폐형에서 보여줬던 극도로 정제된 듯한 고해상도 소리는 많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죠. 그래서 1440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얇은 필터 한장을 대 놓은 것 처럼 알 수 없는 불명료함이 느껴집니다. 소리가 무겁다는 느낌도 드는데 그래서인지 해상도가 더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이런 평가는 자기소리의 레퍼런스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지난 주에 리뷰했던 K702가 그 레퍼런스가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AKG가 보여주는 해상도 나아가 SHURE사의 이전 모델들보다 약간 떨어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간감
SHURE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공간감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전 제품들이 전부 밀폐형이었지만 확실히 자기 바운더리 안에 음을 가둬 놓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공간감을 만들려는 노력이 돋보였었죠. 그런데 기대가 컸던 걸까요? 딱 자사의 밀폐형에서 보여줬던 그 공간감 만큼만 재현해 주는 느낌입니다. 오픈형 특유의 뭔가 시원하게 뚫고 나가는 맛이 없달까요? 물론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좌우로의 공간감은 부족한 느낌이지만 전체적인 공간감이 귀에서 뒤통수 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형성됩니다. 따지고 보면 이게 좀 더 정확한 공간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바운더리는 약간 좁은 느낌이 드네요. 또 공간감을 확장하기 위해 귀에서 가장 먼 쪽의 소리를 구석으로 몰아 넣는 느낌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귀에서 가장 가까운 소리와의 공간이 넓게 생성되지만 그 만큼 맨 끝의 소리들이 소외되는 감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음 분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음역대별 평가
처음 들었을 땐 이거 저음 부스트야?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음의 존재감이 확실했습니다. 혹시 이 제품이 전반적으로 플랫한 소리를 선호하지만 저음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는 유저들을 위해 기획된건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물론 DJ 계열 들으시는 분들은 웃고 넘길 만큼 적은 저음이지만요). 여하튼 K702로 들었던 Wu-Tang Clan의 음악들이 1440에서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음역대 소리는 그닥 특기할 만한 사항이 없습니다. 고음의 경우 전체적으로 명료하고 좋은 소리를 들려 주지만 가끔가다 고음역대의 보컬이 귀를 톡 쏘는 느낌이 있었던게 아쉬운 점이네요.
앞서 저음의 도드라짐을 얘기했지만 그렇다고 1440을 특정 음역대가 부스트된 제품이라고 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플랫한 소리를 들려주는 가운데 저음이 알맞게 울려주는 경우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네요.
오늘의 음악 추천
플랫한 성향의 헤드폰이라 딱히 가리는 장르는 없습니다만 저는 일렉트로니카를 추천합니다. 솔직히 이 쪽 계열의 헤드폰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처럼 저음의 양도 많고 또 다이나믹하게 울려줘야 흥이 나는 음악들을 들으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데 1440은 일렉트로니카와 아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특히 반원형으로 그려주는 공간감 때문에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신시사이저 음들이 온통 제 몸을 감싸는 느낌입니다. 사방에 스피커가 가득 차 있는 스테이지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헤드폰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제로의 영역에 빠져 음악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1440을 연결하고 Yuksek의 음악을 플레이 하는 순간 여차저차 뜸들임 없이 그대로 제로의 영역에 빠져들게 되네요. 마치 제가 하나의 비트가(bit) 되어 코드화 된(digitalizing) 소리들을 하나하나 뛰어다니는 기분이에요. 그 수 많은 음들을 하나하나 또렷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1440의 뛰어난 음 분리 능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하여 이번의 추천 앨범은 Yuksek의 'Away From The Sea'!(추천곡은 Tonight)
후기
전반적으로 1440에 대한 나쁜 소리를 늘어 놓은 것 같은 리뷰지만 어디까지나 소리는 직접 듣고 평가하셔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소리의 레퍼런스라는 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뷰는 언제나 주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가격대, 동 회사의 이전 모델을 전부 늘어 놓고 교차 청음하지 않는 이상 객관적인 리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RH 1440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해서인지 다소 비판적인 리뷰가 된 건 사실이지만 패키징에서부터 성능에서까지 SHURE가 지금껏 추구해온 소리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각 부분에서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오늘의 리뷰는 이렇게 얼렁뚱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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