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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레퍼런스 헤드폰을 위협하는 이어폰 Triple Fi

WiredHusky 2012. 4. 15. 16:27




이어폰의 장점은 명확하다. 편리. 하지만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한다는 거? 그건 바로 마음 한 구석에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남기겠다는 의미다. 편리하지만 아쉬운, 이어폰의 숙명.

현대 산업 사회에서 성공을 하려면 욕망을 창조해 물건을 팔아 치워야 한다지만, 젠장 기존의 욕망이 뭔지 아는것만 해도 엄청 어려운 일이다. 그것만 알아도 삼대는 먹고 살 회사를 만들 수 있지. 그러니 이렇게 명확한 니즈를 보고 수 많은 회사들이 투신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바로 편리하면서도 완벽한 소리를 전달하는 리시버를 만드는 것. 이어폰에서 레퍼런스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 말이다. 



Triple Fi

요즘 나오는 이어폰 중에서 가장 유명한 놈을 고르라면 Triple Fi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들어봤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다들 트파, 트파 하는 건지. 받자마자 이놈을 아이폰에 꼽았다. 솔직히 이런 소리가 나올줄은 정말 몰랐다. 이어폰에서 이 정도의 해상도 구현이 가능하다니! 아마 천상의 소리가 있다면 그건 신이 트파를 통해 전송하는 음악일 것이다. 평소 B&O의 A8를 아웃도어용 리시버로 사용하는 나에게 트파의 해상도는 비교 불가한 레퍼런스 사운드였다. 

사실 해상도가 좋으면 어떤 노래를 들어도 즐겁다. 왜곡되지 않은 깨끗한 음. 해상도가 높은 리시버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노래가 초정리 광천수로 빚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주 순수한 느낌. 음의 본질에 가 닿으려는 부질없는 욕망을 사람들은 높은 해상도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트파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인이어

트파의 공간감은 어떤가요? 라고 묻는 질문에 '트파는 인이어 이어폰 입니다'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트파는 공간감이 별로에요 라는 말을 아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인이어 이어폰의 특성상 공간감을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트파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른 인이어 타입의 이어폰을 들어보지 못해 동급 비교는 불가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DT440, AD-700, A8과는 비교가 안되게 좁은 공간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간감이 넓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실제로 많은 리시버들이 지나치게 공간감을 강조한 나머지 음악을 산만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트파는 공간감이 좁긴 하지만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아주 밀도 높은 사운드를 구성하기 때문에 집중도가 아주 아주 높다. 더욱이 중요한건 이런 집중도를 밖에서도 거의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게 바로 인이어의 위대한 차음 능력 때문이다. '귀가 나빠지고, 차에 치일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봤자 인이어가 그렇게 많이 팔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 맛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들어보자

그렇다면 트파는 정녕 최고의 이어폰이란 말인가? 얼마전 아마존에서 있었던 99달러 행사를 놓치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럴 수 있다. 이 사운드를 99달러에 구입했다면 그건 정말 수지 맞은 거다. 하지만 30만원대 후반의 국내 유통 가격으로 샀다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느냐는 개개인 마다 다른 거니까. 하지만 내 경우를 얘기해 주자면, 포기하겠다. 가격 때문이 아니다. 레퍼런스급 리시버들을 고르면서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면 피곤해 지기 시작한다. 탑 레벨 리시버들일 수록 조그만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기하급수적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러니 레퍼런스 리시버들을 앞에 두고 가격 운운하는 것은 기기에 대한 모독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트파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몇몇 부분에서 나를 미치게 하는 점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선 보컬이 멀다. 보컬이 뒤로 처진다. 좁은 공간감 때문에 아무래도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보컬마저 처지다 보니까 더 답답하다. 

박수, 하이햇 소리에서 박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가끔은 스네어 드럼 소리에서까지). 박 깨지는 소리라고 하면 서로 상상하는게 다를 수 있으니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뭔가 끝 음이 뭉툭하게 잘려 나간 느낌, 둔탁한 소리, 깨진 박을 두들기고 있는 것 같은 바로 그런 소리 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BeyerDynamic사의 T50P의 소리. 이런 걸로 Led Zeppelin 같은 하드락을 들으면 도대체 녹음을 어떻게 한거냐!라며 애꿎은 사운드 엔지니어를 탓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전체적으로 중음이 깍여서 나타나는 현상 같은데, 더 자세한 이유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아 여기서 멈춘다. 

마지막으로 착용감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트파 리뷰를 보다 보면 몇몇 분들이 귀에 꽉 들어차는 느낌이 불편하다고 하시는데, 사실 인이어라면 귀에 꽉 차는 느낌이 들어야 정상 아닌가? 그래야 차음도 더 잘 될테고. 내가 느끼는 문제는 착용감이 아니라 아예 착용이 안된다는 거다! Left, Right 써 있는대로 이어폰을 꼽으면 자꾸만 빠진다. 신기한 사실은 L, R을 거꾸로 꼽으면 너무나 인체 공학적으로 잘 들어맞는 다는 사실!(선을 귀 뒤로 넘겨 감으면 빠지는 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데 목 위로 가 닿는 선들이 거슬린다)


총평

좋다. 이어폰이 이 수준이라면 충분히 헤드폰을 위협할 수 있겠다. 특히 저음과 고음부의 재현이 좋다. 저음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때려주는 타격감도 훌륭해 일렉트로니카나 힙합 등에 잘 어울린다. 문제는 중음과 답답함인데 답답함이야 음악의 집중도로 상호 보완한다 쳐도 중음은 확실히 문제다. 트파의 성능이 논란에 휩싸인다면, 그리고 사람마다 가치의 편차가 크다면, 그건 아마도 이 중음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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