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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_모쪼록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본문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_모쪼록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WiredHusky 2018. 9. 16. 10:48





고양이가 세상을 지배했다. 농담이 아니다. 10년전만 해도 고양이는 애완동물의 세계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 단지마다 그득 그득 들어찬 길고양이들은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때는 길고양이라는 말도 쓰지 않았다. 도대체 뭘 훔쳤갔다는건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 요망한 동물을 도둑 고양이라고 불렀다.


야생의 왕. 너구리가 흔하지 않은 도심에서 고양이는 생태계의 정점으로 군림했고 높은 번식률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변화가 시작된걸까? 강아지들이 따뜻한 안방에 누워 안이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고양이는 야생을 넘어 우리의 마음을 점령하기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인터넷과 SNS 각종 커뮤니티를 점령한 고양이 사진들을 보라. 캐릭터 상품에서부터(그 유명한 헬로 키티는 사실 고양이가 아니다. 헬로 키티는 영국 출신의 소녀로 불쪽에 나 있는 수염은 수염이 아니라 소녀의 솜털이다. 못 믿겠으면 캐릭터를 만든 회사의 소개를 읽어보라) 책, 드라마, 영화, 고양이가 나오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의심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명심하라. 오늘날 돈을 벌고 싶다면 당신은 고양이를 그려야 한다. 날리는 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람도, 아무리 모래를 갈아 줘도 풍기는 그 끔찍한 오줌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종이에, 열쇠 고리에, 화면에 나온 고양이 만큼은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 1인 노동가구가 늘어날수록 손이 덜 가는 고양이는 더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미래의 억만장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라잇 나우, 고양이의 세계로 뛰어들어라.


"인생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 시무룩한 표정이 매력터지는 애잔보스 고양이 네코노히의 '석세스' 도전기. SNS와 대형 커뮤니티를 뒤집어 놓은, 지금 가장 힙한 네컷 만화!


위 띠지의 설명처럼 만화는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의 거듭되는 실패담을 다룬다. 거대 서사에 질렸거나 거기에 집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일상 생활의 소소한 실패담은 잔잔한 공감을 일으킨다. 이렇게 대단치 않은 이야기가 SNS와 대형 커뮤니티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이유는 복잡하고 짜증나는 세상이 주는 피로감때문일 것이다. 이 피로감때문에 현대인은 점점 더 세상과 괴리되고 있다. 현존하는 문제에 맞서기 보다는 눈을 돌리고 피하는 것이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끈을 끊고 몸을 말아 내 삶을 단단히 안아쥔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폭넓게 유통될 수록,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고 믿을수록 인간은 점점 더 파편화되고 타인, 그리고 세상과 소통 없는 고립된 삶을 살거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불편한 얘기는 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짜증이나니 오늘은 그만하자. 어차피 목적이 다른 책. 인생이라는 것도 강약약 중간 약약 리듬이 있는 거니까, 항상 진지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뚱보에 딱히 귀여운 상도 아니고 사람으로 따지자면 중년의 아저씨 같은 고양이지만 독특한 작화와 색, 거기에 맞는 행동의 조합으로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이라는데,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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