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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_우주에는 서사가 필요하다 본문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상대성이론에서부터 양자 역학, 입자 물리학, 우주의 구조, 공간과 시간, 블랙혹의 비밀에 대해 얘기하지만 이 중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이 책은 너무 짧다. 리디북스의 작은 크기 eBook으로도 고작 146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에 앞서 언급한 주제들을 담는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처음 이 책을 실행했을 때 나는 기기 오류인줄 알았다. 학술 세미나의 팜플렛 수준도 되지 않는 분량에 전 우주의 비밀을 몰아 넣으려다보니 사지 절단을 넘어 몸통과 머리까지 버린 뒤 한 줌의 머리카락만 담는 꼴이 됐다. 아무리 쉬운 대중서를 표방한다지만 대중을 너무 무시하는게 아닌가?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쉽게 쓰는 것과 덜 쓰는 것을 완전히 혼동한 것 같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복잡한 공식과 전문 용어 없이도 훌륭하게 우주를 설명한다. 이 책이 쉬운 이유는 상대성이론과 양자 역학에 대해서만 수백 페이지를 할애하기 때문이다.
맛만 보여주고 이후의 심화 과정은 스스로 선택하게끔 하려는 의도도 완전히 헛다리를 짚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라고 하면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질거라 생각한걸까? 그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테지만 이제 막 우주의 신비를 탐험하려는 초심자에게는 "일단 한번 만나" 보라는 소개팅 남의 외침처럼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나는 이 책이 내놓는 수많은 주제 중 그 어디에도 입맛이 동하지 않았다. 진도 빼기에 급급한 강사처럼 놀라운 사실을 열거할 뿐 그것이 왜 놀라운지는 효과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한 마디로 서사가 부족하다.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다룰수록 서사는 더 풍부해야 한다. 사람들이 역사는 싫어하지만 역사 이야기는 좋아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건 물리도, 우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장, 시간과 블랙홀의 비밀에 어느 정도 희망을 걸었지만 이마저도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내가 원서의 편집자였다면 각 주제 뒤에 더 읽어볼만한 참고 서적이라도 남겨 성난 독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했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에게 그런 짠내나는 요청을 할 수는 없었나보다. 간만에 별들의 세례를 받으려던 내 꿈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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