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Xsociety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본문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WiredHusky 2025. 2. 23. 11:26

마이클 루이스 정주행 중이다. 이번 주인공은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는 이제 너무 유명해졌으니 간단히 짚고만 넘어가자. 기존의 경제학은 판단 주체들이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간주했다. 인간은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논리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주식 시장이 주기적으로 버블을 형성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터무니없는 가정인지를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의 눈에 그러한 현상은 실수, 혹은 완벽히 똑똑하지는 못한 소수의 '모지리'들이 끼어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주식 거래를 경제학 교수들에게만 허락한다면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실수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주장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이 말에 '체계적'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비로소 주류 경제학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인간은 실수를 남발한다. 그것도 아주 체계적으로.

 

마이클 루이스가 <머니볼>을 쓸 때만 해도 그는 행동경제학이 뭔지 잘 몰랐다고 한다. 물론 그 단어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책 <머니볼>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편견과 편향, 체계적 실수와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들려오자 마이클 루이스는 행동경제학이란 게 뭔지 제대로 파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이스라엘로 날아간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부를만한 사람은 놀랍게도 두 명의 이스라엘 '심리학자'였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 대니얼은 항상 자신의 주장에 의심을 갖는 자신감이 부족한 남자였고 아모스는 자신의 생각을 항상 확신하는, 그리고 거의 모든 것에서 그 생각이 맞았던 천재 중의 천재였다. 아모스는 대니얼을 만나자마자 저 수줍고 움츠린 남자가 사실은 천재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두 사람이 공동 연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도 사람들은 대개 아모스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대니얼이 그걸 받아 적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대해 아모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확히 그 반대라니까!"

 

공동 연구는 그래서 참 어렵다. 누구의 공이 더 큰가. 이 연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누구 때문에 이 연구가 성공한 것인가. 사이먼 앤 가펑클이 그랬고 퀸도 마찬가지였다. 그 끝은 늘 불행이었고 대니얼과 아모스에게도 특별한 건 없었다. 그래도 초중반까지는 두 사람의 결속이 대단했다. 서로가 영혼의 파트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이 게이라는 의심을 살 정도였다. 두 사람은 논문의 아이디어가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대화를 하면서 덧붙여 나갔으니까. 누구의 이름을 첫 번째 논문 저자로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그들은 동전을 던져 결정할 정도였다. 두 사람은 자웅이 동체인 지적 생명체였다.

 

파국은 세상의 오해가 아모스의 공을 더 높이 쳐주면서 시작됐다. 분명한 공동 연구였음에도 맥아더 천재상은 아모스에게만 수여됐고 아카데미 회원 자격도 마찬가지였다. 스탠퍼드는 종신 교수직을 두 사람 모두에게 제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진짜 천재 아모스만 데려오면 옵션처럼 대니얼이 따라붙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무지는 샴쌍둥이를 둘로 갈라 한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지만 아주 두껍고, 그래서 도전이 쉽지 않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한다. 두 사람의 핵심 연구들이 잘 정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는 뒷얘기들이 주구장창 쏟아지기 때문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5.02.16
세계 감염 예고  (0) 2025.02.09
십만왕국  (0) 2025.02.02
넥서스  (1) 2025.01.27
이와타 씨에게 묻다  (0) 2025.01.1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