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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의 따뜻함이 음악에까지 흘러와 - Denon D5000 리뷰 본문
100년의 역사라는건 그냥 얻어지는게 아닌가 보다. Denon의 제품에는 그저 대충 베껴 흉내낼 수 없는 기품이 있다. 어두운 조명이 따뜻하게 감싸는 방 한 가운데, 안락한 가죽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안은 온통 침묵으로 가득하다. 체크 무늬의 모직 바지에 깨끗하게 다려진 셔츠를 입은 댄디 보이가 그 의자에 누워 음악을 듣는다. Denon의 플래그쉽 헤드폰들은(D5000/7000) 딱 이런 분위기다. 품위을 갖추고 있지만 절대 고루하지는 않은, 이런게 바로 Denon의 품격이다.
우선 마호가니 원목 하우징이 시선을 압도한다. 크기 또한 무지막지하기 때문에 엘프나 고블린, 부처나 유현덕이 아닌 이상 귀가 눌릴 가능성은 없다. 이어패드는 가죽이라 마호가니 하우징과 최고의 조합을 보인다. 여름에 밀폐형 오버이어 헤드폰을 쓰면서 땀이 나지 않길 바라는 건 오픈형 헤드폰을 쓰면서 음이 새지 않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오버센스지만 더운건 더운거다. 가죽패드의 약점이라면 이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게다가 가죽은 세탁이 안되는데 1년 넘게 쓰다 보면 땀이 베어 냄...(뒷말 생략)
D5000의 또 다른 강점이라면 착용감이다. 보통 아무리 패드를 부드럽게 만들어 놔도 머리가 눌리는 경험을 피할 수가 없는데 D5000의 경우 이상하리만치 편안하다. 프레임의 곡률도 한 몫 하는 것 같지만 비밀은 패드의 형태에 있는 듯 보인다. 많은 헤드폰들이 착용감을 좋게 한다는 목적으로 빵빵한 패드를 대어 불룩 튀어 나오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래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이 요철 부분이 머리를 눌러 아픈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D5000의 경우 패드의 가운데가 비어 있는 고랑 형태이기 때문에 특별히 머리를 누르는 부분이 없다. 착용감이라면 비교 대상이 없는 오테의 AD 시리즈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음색은 아주아주 부드럽다. 마호가니 원목의 따뜻한 적색 하우징이 심리적 효과를 부린 탓도 있겠지만, 실제로 소리에 전혀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SHURE 사의 플래그쉽 헤드폰들이 극강의 해상도와 칼같은 밸런스로 보여주는 싱거운 무자극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얘기다. SHURE의 무자극이 도도하고 얼음같은 냉정함을 보여준다면 D5000의 무자극은 겨울 산장의 따뜻한 벽난로 같은 편안함이다. 보통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볼륨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오래 듣다 보면 고음부가 점점 자극적으로 들려 귀가 아픈 경향이 있다. 그런데 D5000은 아무리 오래들어도 이런 자극이 없는 것이다. 착용감과 더불어 음색의 부드러움은 장시간 음악 감상을 가능하게 하는 D5000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부드러움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전술했듯이 D5000의 부드러움은 고음부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하는데, 사람에따라 고음이 '깍인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 이 느낌을 '깍인다'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날카로운 모서리를 깍아 놓듯이 고음을 깍아 완곡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D5000에서는 째지는 기타 소리도 아주아주 부드럽게 들린다. 이 점은 D5000만이 갖는 독특한 개성이 될 수도 있지만 더불어 소리가 '흐리멍텅'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아이러니다.
한편 이 흐리멍텅은 저음부와 결합됐을 때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D5000의 저음은 양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해상도나 탄력, 다이나믹에서는 약간 아쉬운 면이 있기 때문에 이 저음이 부드러운 고음과 만나면 전반적으로 두루뭉술한 소리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음의 마스킹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말로 전달하는 건 아무래도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혹시 D5000을 고려 중인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검증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D5000의 해상도와 음분리력은 수준급이긴 하지만 SHURE의 SRH1440, 1840에 비하면... 물론 이 분야에서 절대강자인 두 기기와 비교하는건 불공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능의 평가를 위해선 교차 청음만이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있기에 밝혀 둔다.
공간감은 일반적인 레퍼런스 밀폐형 헤드폰이 보여주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좋다는 얘기다. 공간감에 대해선 매번 같은 얘기를 하게 되는데, 오픈형 헤드폰들이 지나친 공간감으로 음악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밀폐형들은 비교적 제한된 공간감으로 인해 엄청난 집중도를 보여준다. D5000도 마찬가지다. 특히 D5000은 편안한 착용감과 편안한 음색이 막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좀처럼 헤드폰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매력이 있다.
간혹 치찰음이 들리는 경향이 있어 언급은 하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치찰음 테스트를 위해 LMFAO의 노래를 듣는데, 일부 보컬과 신디사이저 음에서 치찰음이 들리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다른' 음악들에선 치찰음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치찰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검증해야 할 항목이라고 말하고 싶다.
D5000은 착용감을 제외하면 어느 한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음색 면에선 독보적인 개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비슷한 가격대의 고급 헤드폰들에 비해 음악이 재밌게 들리는 느낌이다. 이 재밌다는 말이 상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이 느낌을 객관적으로 표현할 말은 도저히 못찾겠다.
훌륭한 헤드폰들이 저마다 자기 성능을 뽐내기 위해 난리를 치고 있다면, 그 가운데 조용히 뒤에 앉아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듯한 신사의 품격. D5000에선 웬지 그런 품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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