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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책 (719)
deadPXsociety
이 책은 내게 '극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끝난다. 나는 극한을 설명하는, 15페이지가량을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읽었으나 결국엔 이해하지 못했다. 수학적으로 전혀 모순일 수 없는 이 현상이 나에게는 완벽한 미지로 남아있다. 지금부터 이 혼란을 몇 가지 공유해 보겠다. 1을 3으로 나누면 0.333... 과 같이 3이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가 된다. 이 자체로는 놀라울 것이 전혀 없다. 공포를 드러내는 건 각 항에 3을 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 / 3 X 3 = 0.333... X 31 = 0.999... 식은땀이 흐르는가? 0 다음 9가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는 1에 무한히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절대 1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나같이 평범한 인간들의 직관이다. 우리의 수학..
칭기즈칸에게는 500명의 부인과 후궁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부인은 다섯 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 째 부인 부르테 푸진은 모든 아내들 가운데 첫 째였으며 명망 높은 네 아들과 다섯 딸의 어머니였다. 네 아들의 이름은 주치, 차가다이, 우구데이, 톨루이였다. 톨루이는 가장 중요한 아들이었다. 막내였고, 몽골은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톨루이에게는 뭉케와 바로 그 쿠빌라이, 훌레구, 아릭부케라는 아들이 있었다. 훌레구의 첫째 아들은 아바카였고 아바카의 첫째 아들은 아르군이었으며 아르군의 첫째 아들은 가잔이었다. 가잔 칸은 이슬람의 제왕이라 불리며 중동을 지배했다. 그는 재상 라시드 앗 딘을 시켜 몽골의 역사를 작성토록 명한다. 가잔 칸은 세계사를 남기기 위..
의 유명세 탓에 나쓰메 소세키를 말랑말랑한 소설가로만 아는 경향이 있는데, 소세키의 걸작은 사실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난 단 하나의 단편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 충격은 소세키의 모든 작품을 다 합쳐도 부족할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그 소설은 글로 닿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한계는 오직 작가의 재능에 달린 것일 뿐, 글이라는 수단이 갖는 문제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유명한 선생님의 문하생이 되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스승의 추천으로 등단한다. 나쓰메 소세키라 함은, 한 때 천 엔짜리 지폐에 인쇄될 정도로 일본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작가다. 얼마나 많은 문하생을 거느렸겠는가. 우치다 햣켄은 소세키의 문하생이었고, 환상 문학..
"캐롤 페이지는 사랑받지 못하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p.9) 괴상하게 짓눌린 돼지코가 문제였다. 의대생이 분만 중 코를 눌러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단순히 코가 들린 수준이 아니었다. 코털과 점막이 모두 보일 정도였으니까. 캐롤 페이지를 자라는 내내 '코범벅'이라 불렸다. 엄마는 출산 중 사망했다. 캐롤 페이지가 금수저였다면 성형수술을 고려했을 것이다. 과학 문명이 초고도로 발달해 우주를 원하는 만큼 여행할 수 있는 이 세계에서도 부의 불평등은 여전했고 캐롤은 가진 게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캐롤의 별에 출장온 운영자에게 '배정된' 여자였다. 그 운영자가 캐롤에게 해준 것을 보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기 캐롤은 국정 거주 구역에 체류권을 얻었고 기본적인 의료지원을..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개인들로 이뤄진 공동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평등이고 무엇이 차별인지 정의해야 한다. 평등은 좋고 차별은 나쁘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럼 왜 지극히 차별적인 세상이 필요한 걸까? 인간은 각자가 가진 고유한 능력을 갈고닦아 다른 사람과는 차별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하루키나, 봉준호나, 엘론 머스크가 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차별적인 존재란, 내가 무엇이 돼야 할지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모습에 다가가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한다. 평등은 무엇이 차별적인 존재인가를 정의하는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보장하는 개념이다.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러시아 국립 발레단의 무용수가 될 수 없다. ..
준후는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였다. 부인과 별거를 위해 최근 다른 도시로 전근을 왔다. 고인 물들이 가득한 학교였기에 준후의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일은 젊다는 이유로 모두 준후에게 쏟아졌다.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다. 무미한 그의 인생에 유일한 맛은 다현과의 연애였다. 다현은 준후의 제자였다. 유부남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의 사랑. 범죄였고, 그래서 준후의 구미를 당겼을지 모른다. 두 사람은 깊은 관계를 맺었지만 그 관계를 지속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준후는 다현이 자신의 삶 깊숙이까지 들어오는 건 싫었다. 다현은 준후가 부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새 삶을 꾸리기를 원했다. 부모는 일찍 죽고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까지 세상을 떠났다. 다현은 따뜻한 가정을 원했다. 준후에게 다현은 일탈이..
저자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AIST 포스트 AI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학창 시절에는 미식축구에 빠져 '울버린 매서드'라는 전미 대학 리그 네트워크 랭킹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좋아한다. 한때는 사진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문화물리학자라고 자칭하는데, 아마도 인류와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과학자인 듯하다. 지금은 KAIST 문화기술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과학과 문화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처음에는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에 깃든 과학의 원리를 밝히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진정한 연결고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 이상의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들을 모아놓았..
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구성이 엉성한 소설이다. 대도의 완벽한 사기극을 기대했건만 '2인조'는 잡법이라고 보기에도 한참이 모자란 얼빵이 들이었다. 너무 황당해 화도 안 난다. 3, 7, 12, 19, 28, 이런 식으로 페이지를 건너뛰어 읽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헐겁다. 다음에 읽은 가 아니었다면 정해연을 다시 읽을 일은 영영 없었을 것이다. 는 교도소에서 만난 잡범 2명이 인생을 역전시킬 큰 건을 만들기 위해 다시 뭉치면서 시작한다. 하나는 사기, 다른 하나는 절도, 둘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기에 합이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출소 후 둘은 최근 재개발로 뭉칫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신도시로 향한다. 건수를 물색하던 두 사람은 한 노인을 차로 치는 교통사고를 내버린다. 훔친 차에 갓 출소한 ..
우리나라 역사 교육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역사는 늘 천대받는 종목이다. 아무래도 역사는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훨씬 모호하고 어려운 인문학이 나름 각광을 받으며 명맥을 유지한 이유도 출세에 유용하다는 느낌을 절묘하게 포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뭐가 없다. 역사를 잘 안다는 건, 그저 과거에 벌어진 일들을 달달 외우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 얘기를 하는 사람은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꼰대 부장님 뿐이다. 지루에 고루를 더했으니, 무슨 수로 살아남겠는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역사는 이제 종교와 마찬가지로 금기가 되어버렸다. 역사를 그저 사실로 여기는 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
의 저자 존 발리는 휴고상을 3회, 네뷸러상 2회, 로커스상을 10회나 수상한 유명 SF 작가임에도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나도 처음이다. 책 표지가 캐주얼하고 220p밖에 되지 않아 골랐다. 심지어 신인인 줄 알았다. 존 발리 얘기를 좀 더 하면 보수의 왕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지금은 낙후한 러스티 벨트 중 하나이나 당시에는 잘 나갔을 공업주 미시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은 물리학.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영문학으로 전과했으나 그마저도 끝내지 못한 채 친구와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다. 바야흐로 대 히피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자유분방한 태도와 진보적 사고가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자유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탐구하고 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며 복잡한..